[프로야구]“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총각선수들 여름나기

  • 입력 2002년 7월 22일 17시 31분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는 한여름. 수시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운동선수들에겐 가장 곤혹스러운 계절이다.

남들은 피서다 뭐다 해서 더위를 피하지만 한여름이 본격적인 시즌인 프로야구 선수들에겐 ‘언감생심’. 특히 옆에서 챙겨줄 아내도 없는 노총각들은 몸과 마음이 다 지치기 쉽다. 프로야구 노총각들은 과연 어떻게 ‘여름나기’를 할까.

가장 많은 게 기력이 떨어지는 몸을 달래기 위한 ‘보양식형’. 뱀, 가물치, 붕어찜 등 몸에 좋다는 음식은 다 등장한다.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노총각들인 양준혁(삼성·33)과 김태한(SK·33)은 철저히 보약에 의존하는 스타일. 둘은 공교롭게도 절친한 친구사이면서 아직 장가를 가지 못했다. 양준혁은 자신이 잘 아는 한약방에서 온갖 약재가 들어간 보약을 지어먹고 김태한은 홍삼이 들어간 한약을 주로 먹는다.

한화 김종석(31)은 서울의 어머니가 부쳐주는 보약을 복용한다. 여기엔 뱀과 붕어즙이 들어가 양기를 북돋우기엔 최고라고. 그는 “뱀을 먹은지는 꽤 됐는데 여름엔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보양식 복용과 함께 운동으로 여름을 나는 ‘이열치열형’ 선수들도 많다. 97년 이후 5년 만에 전경기를 소화중인 기아 김종국(29)은 예전보다 훨씬 더 강도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하며 체력을 다진다. 운동을 끝낸 뒤엔 개소주와 장어, 가물치로 영양을 보충.

숨겨둔 아들 종원이를 공개해 화제가 됐던 ‘총각가장’ 현대 심정수(27)는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을 더 즐긴다.

“더울 때 성적이 더 좋다. 땀이 많이 흐르면 집중이 더 잘 된다”나. 하루라도 거르면 입안에 가시가 돋칠 정도가 된 웨이트 트레이닝을 워낙 열심히 해 더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 아울러 오가피와 홍삼이 들어간 한약과 장어, 오리고기 등 육류를 꾸준히 섭취한다. ‘계란킬러’로 알려진 그는 요즘도 하루에 찐 계란 20개는 기본. 하지만 심정수는 “무엇보다 밥이 가장 좋은 보약”이라며 하루에 4, 5끼를 먹는다고.

김종국과 심정수는 올시즌이 지나면 ‘총각탈출’에 성공, 내년부턴 아내들이 건강을 챙겨주게 된다.

두산 심재학(30)이 여름을 나는 법은 특이하다. 음료수를 먹지 않게 해주는 한약을 복용한다. 그는 “매년 여름이면 탄산음료와 이온음료 등 음료수를 엄청나게 먹어댔다. 워낙 많이 먹다 보니까 자꾸 몸이 처지는 것 같아 올해부턴 음료수를 덜 마시게 하는 한약을 주문해 먹고 있다”고 밝혔다.

“요즘들어 장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는 그는 동료들의 아내들이 경기 끝나고 장비도 챙겨주고 집에도 바래다주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고.

LG의 류택현(31)과 한화 김종석(31)은 ‘바람쐬기형’. 류택현은 수영장에 가거나 수상스키로 노총각의 ‘외로움’을 달래고 김종석은 틈날 때마다 등산으로 심신의 피로를 푼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