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2시10분경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교우회관 앞 편도 4차로 도로에서 고려대 행정학과 4학년 장세환씨(26·휴학 중·사진)가 소매치기범을 잡기 위해 도로를 건너다가 달려오던 승합차에 치여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시간여 만에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고려대 정문 맞은편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박모씨(34·여)의 지갑을 훔쳐 달아나던 백모씨(27·무직)를 쫓아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백씨는 소매치기 직후 피해자 박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장씨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직전에 현장 부근에서 붙잡혔다.
종암경찰서 교통지도계 김현수 의경(22)은 “오전 3시가 넘어 40대 택시운전사가 장씨의 신분증이 든 가방을 가져왔다”며 “택시운전사는 장씨가 소매치기 현장을 목격한 뒤 택시에 올라타 ‘저 사람을 쫓아가라’고 소리쳤으며 사고 현장 부근에서 소매치기범을 잡기 위해 택시에서 내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숨진 장씨는 94년 고려대 농생물학과에 입학해 ROTC 장교로 복무한 뒤 행정학과로 편입해 행정고시를 준비해왔다. 장씨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친 뒤 인근 고시원으로 가던 길이었다.
장씨의 아버지 장기효씨(59·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세환이는 옳지 못한 일을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했다”며 애통해 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