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환율 하락 원인과 전망

  • 입력 2002년 7월 22일 18시 34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20개월만에 1160원대에 진입, 올 최고치였던 4월12일의 1332.0원에 비해 3개월여만에 13%가량 하락했다. 원화 가치가 그만큼 올랐다는 의미다.

환율 하락은 해외시장에서 달러표시 가격으로 경쟁하는 수출기업에는 좋지 않지만 달러를 지불하는 수입업체나 유학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도움이 되는 등 이중성을 갖고 있다. 수입물가는 싸지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10% 떨어지면 한 달 후부터 소비자물가는 1.8% 하락하는 요인이 된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 상실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주요인이다.

한국 경제의 체질이 좋아진 것도 원화강세를 부채질했다. 엔-달러환율에 비해 원-달러환율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 이를 입증한다.

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미국발 금융위기는 지난 10년간의 고도성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비롯된 것으로 환율 하락은 추세적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와 한은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은 미국 기업의 3·4분기(7∼9월) 실적이 발표되면서 다소 진정되겠지만 올해말 1150원선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원-달러 환율을 3개월 후 1150원, 6개월 후 1125원, 1년 후 1100원으로 예상했다. JP모건도 연말까지 1150원대로 떨어지고 내년 6월에는 1075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실장은 “미국의 주가 폭락으로 그동안 기업수익에 비해 고평가됐던 주가가 바닥권까지 떨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기업의 수익이 개선되고 3·4분기 실적치부터 기업 대표와 재무책임자가 서명한 회계보고서가 발표되면 주가가 회복되면서 달러 약세도 진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전문가들은 환율 하락기에는 가급적 늦게 달러를 사고 최대한 빨리 파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박선영 한미은행 외환딜러는 “해외여행 때 신용카드를 쓰면 한 달 뒤 결제돼 환율 하락분만큼 이득을 본다”며 “해외송금도 생활비 등록금 등 급한 것만 먼저 보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기업도 수입대금은 최대한 늦게 주고 수출대금은 빨리 받아야 하며 위험관리를 위해 달러 선물-옵션을 거래하거나 ‘환율변동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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