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당 정책개발비 6.6%뿐이라니

  • 입력 2002년 7월 22일 18시 34분


정당의 기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개발이다. 각 정당이 너나없이 정책정당을 표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정치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 정당의 수입지출내용을 보면 정책개발이 얼마나 허구에 그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올 들어 이달 초까지 정당들의 총지출 1140억원 중 정책개발비가 6.6%인 75억원에 불과했다는 중앙선관위 자료가 그 실상을 입증하는 사례다.

정치자금법 19조는 국고보조금의 20% 이상을 정책개발비에 지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번 선관위 자료는 국고보조금 외에 후원금과 당비까지 합한 것이어서 엄격하게 이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자금법의 정신은 정당의 총지출에 적용되는 게 옳다. 더구나 국고보조금은 정당 수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가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주고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검은돈에 손을 내밀지 않고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에서다. 이를 위해 가장 긴요한 것은 바로 민생과 직결된 정책개발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책개발은 뒷전인 채 다른 용도에 더 많은 돈이 쓰이고 있으니 국민의 혈세는 여기서도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각 정당은 수입의 상당부분을 마치 사금고처럼 간담회 기념품제작 선물 향응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개발비에 썼다고 한 것도 속을 들여다보면 의원개인활동비 등 막연한 경우가 많다.

국민은 지금 민생은 제쳐두고 정쟁으로 날을 보내는 정치에 신물이 나 있다. 정치혐오를 씻어내는 길은 정당들이 건전한 정책을 개발해 내는 일이다. 그래서 정책개발비의 비중을 최고 70%까지 올려야 한다는 일부 의원들과 시민단체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선관위나 감사원은 회계감사를 까다롭게 함으로써 국민의 돈이 허튼 방향으로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당의 돈이 민생용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생산적으로 지출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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