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통상조직부터 잘못됐다

  • 입력 2002년 7월 22일 18시 34분


중국과의 마늘협상 파문 이후 외교통상부와 농림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부의 통상교섭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김성훈(金成勳) 전 농림부 장관과 외교부의 공방은 ‘밥그릇은 최대한 챙기고 책임은 미루는 정부 부처 간의 고질적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잘못에 대한 대책마련보다 책임 공방에 급급할 정도로 통상외교가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은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등장한 통상교섭본부의 수준과 기능의 한계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통상현안을 종합적으로 다루겠다며 통상교섭본부를 만들었으나 결과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엉성한 기관을 하나 추가한 데 불과했다. 대외 통상교섭은 통상교섭본부가, 통상진흥은 산업자원부가, 국내정책조정은 재정경제부가 맡는 복잡한 시스템으로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해도 어떻게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경제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단 말인가.

특히 통상협상에서는 실리확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외교부 지휘를 받는 통상교섭본부는 원만하게 매듭짓는 외교적 처리를 선호해 국익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경제부처 관계자들의 불만이다. 외교부가 갖고 있는 훈령권과 대표임명권 덕분에 통상교섭본부는 협상 수석대표를 대부분 독점해 실무부처의 의견이 무시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통상교섭본부의 전문성도 문제다. 경제부처에서 43명의 통상 전문인력이 보강됐으나 대부분 외국공관 근무 등으로 빠져나가 현재 통상교섭본부는 외교부 출신들에게 자리만 넓혀준 결과를 낳았다. 잘못된 마늘협상은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통상교섭본부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처럼 통상문제에 관해 전권을 갖는 기관으로 강화하든지 일본처럼 각 부처에 책임부서를 두고 외교부가 지원을 하는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잘못된 통상조직을 방치하면 제2, 제3의 마늘파문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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