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자금 비리 어물쩍 넘기지 말라

  • 입력 2002년 7월 22일 18시 34분


회수 불가능한 공적자금 손실액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재정경제부 셈법으로 공적자금 손실 규모가 69조원이지만 재정에서 이자로 지출된 돈을 합하면 87조원에 이른다. 국민 한 사람당 185만원꼴이다.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 대출 또는 담보 능력을 초과한 과다 대출을 받아 공적자금을 공짜처럼 탕진한 기업주들을 끝까지 추적해 은닉재산을 회수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이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과 합동 단속한 공적자금비리 중간수사 결과를 보면 몇몇 기업주들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쓰며 ‘먹자판 잔치’를 벌였다. 나라종금의 경우 1조4000억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받아 98년 영업이 재개된 뒤 김호준 전 회장이 3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불법 대출받아 탕진할 때까지 금융감독기관은 무얼 하고 있었는지 의아하다.

검찰은 나라종금의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지만 정치자금법상 처벌시효가 지나 손을 댈 수 없었다고 밝혔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2조998억원의 공적자금 손실을 초래한 나라종금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의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고 어물쩍 넘겨버린다면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나라종금의 무리한 영업재개 결정과 금융기관의 감독 소홀에 관여한 정관계 커넥션에 대해 집중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범죄 수법으로 기업을 경영해 크게 한탕한 뒤 외국으로 달아난 기업인들을 그냥 놓아두어서는 사회 정의가 바로 서지 않는다. 해외 도피한 5명의 기업주를 국내로 다시 데려올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검찰은 공적자금을 탕진한 기업주들의 은닉재산을 370억원가량 회수했다고 하지만 실제 은닉 규모가 그 정도밖에 안 됐을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부도에 앞서 재산을 빼돌려 가명 차명으로 은닉한 재산을 집요하게 찾아내 마지막 한 푼까지 돌려받는 것도 지금 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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