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과 합동 단속한 공적자금비리 중간수사 결과를 보면 몇몇 기업주들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쓰며 ‘먹자판 잔치’를 벌였다. 나라종금의 경우 1조4000억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받아 98년 영업이 재개된 뒤 김호준 전 회장이 3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불법 대출받아 탕진할 때까지 금융감독기관은 무얼 하고 있었는지 의아하다.
검찰은 나라종금의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지만 정치자금법상 처벌시효가 지나 손을 댈 수 없었다고 밝혔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2조998억원의 공적자금 손실을 초래한 나라종금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의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고 어물쩍 넘겨버린다면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나라종금의 무리한 영업재개 결정과 금융기관의 감독 소홀에 관여한 정관계 커넥션에 대해 집중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범죄 수법으로 기업을 경영해 크게 한탕한 뒤 외국으로 달아난 기업인들을 그냥 놓아두어서는 사회 정의가 바로 서지 않는다. 해외 도피한 5명의 기업주를 국내로 다시 데려올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검찰은 공적자금을 탕진한 기업주들의 은닉재산을 370억원가량 회수했다고 하지만 실제 은닉 규모가 그 정도밖에 안 됐을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부도에 앞서 재산을 빼돌려 가명 차명으로 은닉한 재산을 집요하게 찾아내 마지막 한 푼까지 돌려받는 것도 지금 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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