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군은 1866년 당백전을 찍어내 강제로 사용토록 했다. 당백전은 당시 통용되던 상평통보(엽전)의 100배에 해당하는 큰돈이었다. 중량은 상평통보의 5, 6배에 지나지 않으나 100배의 명목가치를 갖도록 했다. 당백전의 실질가치는 명목가치의 20분의 1도 못 되는 것이었다. 악화(惡貨)를 발행하여 재정부족을 메워보자는 의도였다. 청나라에서 당천전, 당백전 등을 만들어 썼다고 하니 유통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당백전을 기피했다.
▷상인들도 당백전 받기를 꺼렸다. 포도청을 동원해 강제로 돈을 유통시키려 했으나 무리였다. 그래서 각 관청에서 쓰는 경비를 지출할 때 당백전을 일정 비율만큼 의무적으로 쓰게 한 결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나타났다. 양화(良貨)인 엽전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악화인 당백전만이 유통되어 물가가 폭등했다. 1년 만에 쌀값이 6배 이상 치솟았다. 게다가 사람들이 직접 당백전을 만들어 쓰는 바람에 화폐제도는 더 문란해졌다. 마침내 당백전의 발행을 포기했으나 결과적으로 인플레와 체제 위기만 초래했다. 나중에는 청나라 돈까지 수입해 쓸 정도로 돈이 신뢰를 잃었던 것이다.
▷나라살림이 어려워졌을 때 화폐제도를 바꾸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북한이 쌀배급제를 포기하고 현재 ㎏당 10∼20전에 배급하고 있는 쌀을 앞으로 시장가격인 45원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1원이 100전이니 쌀값이 무려 450배로 오르는 것이다. 앞으로는 ‘전’이라는 화폐단위도 없어진다고 한다. 노동자와 군인의 봉급도 10∼20배 올렸다고 한다. 사실상 화폐개혁이다. 100년 전 조선시대에 발행됐던 당백전이 다시 등장하는 것 같다. 조선은 당시 재정위기를 타개하고 군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당백전을 발행했다는데 지금 북한도 그런 것인가.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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