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성부의 출범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여성의 권익 신장을 보여주는 것 같아 내심 흐뭇했다.
하지만 정부의 여성부 차관 인사를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1일 언론인 출신의 김성진(金成珍) 대통령국내언론1비서관(부대변인)을 여성부 차관에 임명했다. 대통령정책비서관 출신인 현정택(玄定澤) 초대 차관에 이은 두 번째 대통령비서관 출신 여성부 차관이다.
현 차관 임명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초대 여성부 차관에 남성 공직자를 임명한 것은 행정 경험과 능력 있는 인물을 발탁해 여성부를 조기에 안정시키겠다는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1년반이 지난 지금 김 대통령은 여성 장관이 이끄는 여성부 조직이 아직도 불안정하다고 판단한 것인가. 아니면 청와대 출신이야말로 행정 경험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남성 차관을 임명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여성부 전 현직 차관의 경력에서 ‘여성’ 관련 경력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타 부처 차관급 인사들의 전문성과도 다른 양상이다.
한 여성부 직원은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자 내부에 누구를 위한 여성부인가라는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여성부는 다른 부처와 달리 특별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차관이) 남녀평등의 기본철학만 갖췄다면 문제는 없으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도 이 직원과 비슷한 심정으로 여성부 차관 인사를 했을까. 여성부가 전문성이 필요 없는 누구에게나 맡길 수 있는 ‘리베로’ 공직이라면 여성부는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것임에 틀림없다.
김선미기자 사회1부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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