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유럽은행 대형화 가속

  • 입력 2002년 7월 22일 18시 55분


프랑스의 최대 은행인 BNP 파리바는 2005년까지의 성장 목표를 제시하면서 아주 이례적인 내용을 포함시켰다.

올해부터 2005년까지 4년간 100억유로(약 11조원)의 잉여현금흐름(현금유입-현금유출)이 발생하는데 이 가운데 50억∼70억유로(최대 7조7000억원)는 인수합병(M&A)에, 13억유로(1조4300억원) 이상은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겠다는 것.

자체적인 성장만으로는 선진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을 맞출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은행권은 순이자마진(NIM)이 1.5%에 불과해 미국 4%, 영국 2.5%, 스페인 3% 등에 비해 아주 낮은 수준이다.

BNP 파리바의 필립 아귀니어 기업설명(IR) 담당 부행장은 “BNP는 예대마진은 낮지만 자산운용과 방카슈랑스에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M&A를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 로이드-TSB, 스페인 BS-BCH, 포르투갈 BCP-BPA 합병은 은행이 덩치를 키우면서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95년부터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간 합병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미국에서는 91년 2만8162개나 되던 은행이 M&A 과정을 거치면서 2001년 1만9597개로 줄어들었다.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도 대형화 바람이 불어 상위 5개 은행이 총 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출범하면서 2000년부터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국경을 넘어선 은행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금융회사의 대형화를 촉진한 요인은 △금융권별 업무영역 폐지 △고객의 다양한 금융서비스 욕구 △수익하락 압박 등으로 요약된다.

은행에서 보험상품과 수익증권을 판매할 수 있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증자 및 회사채 발행 업무를 대행해주는 투자은행 업무도 필요해진 것. 매킨지 호주사무소의 맷 베키어 파트너는 “이 같은 환경변화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 은행의 대형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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