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대학의 MBA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고 있는 이모씨(44)는 2000년 H증권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20여년 간 미국의 경영자문 증권업체 등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의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해 달라는 것.
이씨는 회사 고위 간부가 직접 찾아와 설득하는 열의를 보이자 H사와 5년간 연봉 10억여원의 고용계약을 맺고 입사했다.
그러나 적응은 쉽지 않았다. 임직원들과의 불화 및 미숙한 업무처리 등으로 회사 측과 갈등이 심화됐고 이씨는 같은 해 10월 무단결근을 이유로 고용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허리를 다쳐 결근했을 뿐인데 해고한 것은 부당하니 계약해지 약정금 30억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H사가 재정 악화와 주식시장 침체가 계속되자 고액 연봉자를 퇴직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H사는 “이씨가 불규칙적인 근무형태와 과다한 경비 사용 등으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킨 데다 능력이 부족해 별다른 업무 성과도 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민사합의16부(홍경호·洪敬浩 부장판사)는 최근 “H사는 이씨에게 15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4일간의 결근사실을 상사에게 구두보고했고 회사 측도 당시 이에 대해 별다른 경고나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이유로 고용계약을 해지한 것은 무효”라고 설명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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