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감전사 지자체 배상책임"

  • 입력 2002년 7월 23일 14시 05분


여름철 집중호우 기간에 가로등 누전으로 감전사한 피해자의 유족이 관할 구청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 처음으로 거액의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이번 판결은 침수 및 감전사, 익사 등 해마다 계속되는 장마 피해에 대한 행정기관의 안전조치와 관리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유사 소송이나 판결도 잇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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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민사합의19부(박찬·朴燦 부장판사)는 23일 지난해 여름 서울 서초구 도로 위에서 감전사한 홍모군(당시 18세) 등 3명의 유족 10명이 서울시와 서초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서울시 등은 유족에게 모두 7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문제의 가로등이 누전상태에 있는데도 서울시 등이 누전 차단기를 설치하지 않았고 감전 가능성이 예상되는 곳이었는데도 바리케이드 설치 등 통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홍씨 등이 숨진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초구 등은 전기안전공사가 99년부터 가로등 상태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린 사실, 서울시 가로등의 80% 이상이 누전되는 사실 등을 알고 있으면서도 예산상의 이유로 이를 방치한 잘못이 있다”며 “단 자연재해도 사고의 한 원인이었던 점을 감안해 책임은 85%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홍군 등 3명은 지난해 7월 새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앞길에서 보도기준 130㎝까지 침수된 도로를 따라 귀가하던 중 가로등 누전으로 감전사하거나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익사했다.

지난해 7월 폭우 당시 가로등 신호등 등을 통한 누전으로 숨진 사람은 전국적으로 19명이며 유족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소송도 서울에서만 8건에 이른다.

한편 서울고법 민사11부(이태운·李太云 부장판사)도 최근 “배수시설 관리를 소홀히 해 폭우시 집이 물에 잠겼다”며 문모씨(68)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600만원의 지급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가 여름 장마철에 도로공사를 시행하면서 토사와 나뭇가지 등으로 막힌 배수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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