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석]"배워야 산다"

  • 입력 2002년 7월 23일 14시 58분


2002한일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달 17일 정부는 월드컵 축구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표팀 선수가운데 병역을 마치지 않은 안정환,설기현,박지성,차두리,이천수등 10명의 태극전사에게 병역혜택의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해외진출때 족쇄처럼 따라다녔던 병역문제로 인해 좋은 기량을 가지고도 국가대표선수로서 27세까지 활동할수 있다는 규정으로 활동을 하다 돌아와야만 했던 문제와 상대적으로 적은 몸값을 감수해야했던 것, 해외진출시 해당 구단에서의 병역문제 해결을 고집해 진출을 포기해야만 했던 과거가 있었다.

이런 아픔이 이번 월드컵 16강진출로 한꺼번에 해결되어 그동안 미뤄뒀던 해외진출을 노릴수 있게 되었다.

안정환,설기현,박지성등은 이적과 현지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랐으나 면제혜택으로 제대로된 대우와 보다 큰 리그로의 이적도 수월해졌고, 송종국,김남일,차두리,이천수등은 해외진출이 구체화될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월드컵이 끝남과 함께 해외진출 선수가 쏟아져야할 판에 차두리만이 독일행을 결정짓고 떠났을뿐 송종국,이천수등은 소문만 무성하고 아무런 진전이 없다.

제일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병역문제가 해결된 마당에 뭐가 문제인가? 월드컵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은 검증되었고 몸값 또한 적정수준에서 협상된다면 하등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가장 근본적인 언어소통을 들수 있다.

축구는 경기내내 선수들과 감독사이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경기를 진행한다. 대화가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기에서 지는 것은 자명한 일. 여기에 훈련과정에서도 전술이해능력과 동료선수들간의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도 언어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문제가 될수 있다.

언어소통은 축구외적인 요소도 지배한다.

한국 클럽팀은 경기가 끝나고도 단체생활을 하지만 해외클럽팀은 경기가 끝나면 개인생활로 돌아간다. 잠자리부터 시작해서 먹을것, 입을것, 각종 문화생활에까지 스스로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가지 예로 코리언 특급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 대열에 합류할수 있었던 것도 실력도 실력이지만 언어소통에 자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운동에 전념하면서도 현지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영어교사를 따로 두어 언어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결과 보다쉽게 선진야구를 배우고 동료들과 어울리며 운동을 할수 있었고, 최고의 투수에 자리까지 오를수 있었다.

가장 먼저 병역혜택으로 해외진출 1호가 된 차두리의 경우도 비슷하다. 차두리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독일을 선택했다. 언어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고, 현지 생활을 경험한바 있어 최소 2-3년의 적응기간과 언어를 배우는 시간이 필요치 않기때문에 당장 클럽에서 훈련과 경기에 투입될수 있는 강점이 있어 택한 길이다.

한국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럽리그의 클럽들도 물론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선호하지만 기량이 비슷한 선수들이라면 언어소통까지 완벽한 선수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남미권이나 아프리카권 선수들이 비유럽권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유럽리그를 자유롭게 오가는 것도 문화와 언어가 유사하기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해외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은 월드컵 16강으로 병역혜택으로 가장 큰 걸림돌은 사라졌다.

이제 해외진출을 위해 스스로 준비해야 할 것은 현지 언어습득이다.

해외진출과 현지적응, 빠른 성장을 원한다면 축구와 함께 언어배우기를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제공 : http://www.entersport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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