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을 시작하자마자 내리 7패를 당했던 국민은행은 이로써 2연승을 달려 다크 호스로 부상했다.
한마디로 도깨비 팀이 된 셈. 21일 시즌 첫 승을 거둘 때의 삼성생명 비추미와 이날 이긴 신세계는 자타가 공인하는 여자프로농구 최강팀. 이번 시즌에서 거둔 2승이 모두 이들 최강팀을 상대로 한 것이기에 이제 어느 누구도 국민은행을 만만하게 볼 수 없게 됐다.
이날 국민은행 선수들에게서 평소 체력이 고갈해 경기 막판 흐느적거리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동안 국민은행이 연패를 탈출하지 못했던 이유는 체력. 체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즌을 바로 앞두고 너무 심하게 연습을 했던 탓이다. 이른바 오버 워크.
평균 이틀에 한번 꼴로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의 연속이지만 시즌을 시작한 지 3주째를 맞이하자 초반 오버 워크로 고생하던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큰언니처럼 선수들을 다독거리는 유영주 감독대행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도 주효했다.
21일 삼성생명에 승리를 거둬 연패 사슬을 끊은 유영주 감독대행은 “이제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았으니 어느 누구도 무섭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3일 신세계전은 유 감독대행이 말한 자신감이 무엇인지 그대로 드러났다. 경기 시작 버저가 울리자마자 국민은행 선수들의 스텝은 경쾌했고 드리블도 남자선수들 못지 않게 빠르고 신이 났다.
국민은행이 승기를 잡은 때는 4쿼터. 3쿼터까지 61-62로 대등한 경기를 펼친 국민은행은 4쿼터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승리의 전도사는 3쿼터까지 단 3분10초만을 뛰며 4쿼터를 준비한 신정자(1m84·8득점 5리바운드). 센터이면서도 드라이브인 레이업슛이 일품인 신정자는 4쿼터에 들어서 야투 4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8득점을 올려 팀에 사기를 불러일으켰다.
국민은행은 종료 1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선민에게 2점슛을 허용해 82-80, 2점차까지 쫓겼으나 경기종료 11초전 ‘공주슈터’ 김경희가 상대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쓸어담아 승리를 지켰다.
김경희가 3점슛 2개를 포함해 21득점을 올렸고 이날 승리의 수훈갑 신정자의 마산여고 5년 선배 김지윤도 15득점에 어시스트 8개로 야전사령관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신세계는 정선민이 35득점을 올리며 선전했으나 슈터 이언주(2득점)와 살림꾼 장선형(2득점)이 부진한 공백이 너무나도 컸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