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79…아리랑(18)

  • 입력 2002년 7월 23일 18시 33분


“왜놈이 들으면 안 되니까 우리말로 하는 거다. 이거 읽어 봐라”

우홍이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동아일보에서 오려낸 기사였다.

“김원봉 장군이 회견한 거다. 우리 형이 읽어 보는 게 좋다 카더라”

바람이 미루나무를 스치고 불어와 우철은 종이 조각이 날아가지 않도록 엄지 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싹이 튼 잎사귀의 그림자가 검은 레이스처럼 흔들리며 우홍의 얼굴을 덮었다.

合致되는 두 運動(上) 上海에서 金元鳳

우철은 제목을 읽고 너무도 긴장한 나머지 침이 다 마르는 것을 느꼈다. 조선글은 서투른데다 군데군데 글자가 빠져 있어서 속으로 읽으며 뜻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조선내에 잇는 동포에게 향하야 하고 십흔 말이 잇느냐고 무르십닛가 하고 십흔 말이야 물론 만치마는 엇더한 일간신문을 통하야서는 그것이 불가능하지 안습닛가 진정한 나의 말이라면 발표될 수 업슬 것이오 만일 발표된다하면 그것은 진정한 나의 말이 안일것임니다.

우리 000의 주의주장과 실행방략은 임의 선언서에도 표명하엿거니와 지금ㅱ지의 우리의 행동이 그것을 명백하게 말한줄 밋습니다. 우리 운동선상에 민족운동과 사회운동의 두가지 사조가 나뉘어 잇는 것은 사실인 것갓슴니다. 그래서 근일에 민족운동과 사회운동의 관계에 대하야 토론한 문자도 종종 보게 됨니다 이에 대하야 나의 의견을 간단히 말하면 우리 조선 사람의 처지로는 민족운동자와 사회운동자의 련락과 합동이 잇서야한다기보다는 민족운동이 곳 사회운동이되여야 할 것이며 사회운동자가 곳 민족운동자가되여야할 것이라함니다 조선민중의 생존번영 자유평등을 위하야 분투로력한다는 그 실질문제에서 두 가지 운동이 다른 것이 무엇잇슴닛가 다만 하나는 형식이 종족의 투쟁으로 나타나고 하나는 계급의 투쟁으로 나타난다하야 두 가지 운동의 차이점을 말할수잇겠지요 그러나 이 두가지가 또한 조선에서는 합치한다고 생각합니다.

『맑스』의 공산당선언에 말하기를 ‘과거일절의 력사는 계급투쟁의 력사라’하엿슴니다 그러나 계급투쟁이 잇기 전에 종족적투쟁이 잇섯스며 ㅱ 금일ㅱ지도 의연히 종족의 투쟁이 지속되는 것을 이저서는 안 되겟슴니다 00의 민중이 조선의 민중을 00하엿고 00무산자가 조선의 무산자를 00하는 것이 사실이 안임닛가 조선내에 연연히 이임하는 이민이 일본에서는 무산자가 아니엇던것이업지마는 조선에 와서는 이삼년만 지나면 유산계급이 되기 쉽슴니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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