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저녁 주5일 근무제 도입 협상이 벌어졌던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장에서 경영자 대표로 참석한 김창성(金昌星) 경영자총협회장이 한 말이다. 김 회장의 이 말은 누가 들어도 경총이 ‘임금 보전’을 약속하는 공식 발언이었다. 하지만 같은 시간 협상장 밖에 있던 경총의 고위 임원이 기자에게 한 말은 달랐다.
“근로시간 단축분에 대한 임금과 상여금을 보전해주면 경영계는 임금을 10% 올려주는 셈이고 연월차와 생리휴가수당까지 보전하면 20% 인상하는 결과가 된다. 연월차와 생리휴가수당은 절대로 보전해줄 수 없다.” 경총의 협상대표와 실무자들이 이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경총의 상대역인 한국노총도 마찬가지였다. 방용석(方鏞錫) 노동부장관이 사전조율을 하기 위해 지난 주말 이남순(李南淳) 한국노총위원장을 찾아간 적이 있다. 방 장관이 “경총이 임금 보전을 해줄 것 같으니 이번에는 합의하자”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렇다면 ‘선택적 보상휴가제’(근무를 더했을 때 수당 대신 휴가를 보내는 제도)를 기존 합의항목에서 삭제하자”고 말했다. 그동안 한번도 제기하지 않았던 요구조건을 느닷없이 내밀었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한 고비를 넘길 만하면 번번이 새로운 요구조건을 들고 나왔다. 중재역할을 했던 노동부나 노사정위도 “한국노총이 원하는 게 도대체 뭐냐”며 머리를 흔들었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22일 최종 결렬된 직접적인 원인은 협상조건이 아니라 상호불신이라는 것이 이 협상을 지켜본 사람들의 지적이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솔직한 자세로 상대방을 설득해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노사 양측은 줄곧 상대를 철저히 불신하면서 ‘땅 빼앗기’식 요구만 반복하다 끝났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경우다.
이진기자 사회1부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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