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약 보험급여 제한 환자만 골탕

  • 입력 2002년 7월 24일 18시 58분


보건복지부가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최근 위궤양 치료제와 제산제 등에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내용의 ‘소화기관용 약 보험급여기준’을 실시하면서 관련 환자들의 약 구입비가 종전보다 2∼3배 정도 늘어나 부담이 되고 있다.

또 의사들도 소화기관용 약에 대한 보험급여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데다 의사들의 처방권까지 무시하는 조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기준은 지난달 27일자로 고시됐으며 2주간의 자체 교육을 받은 의사들은 22일부터 이에 따라 처방하고 있다. 이 기준은 △위궤양 치료제는 위내시경 등으로 궤양이 확인된 경우 2∼3개월간만 급여가 인정되고 △정장제는 설사 및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하는 입원환자에게만 급여가 인정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환자 부담 증가〓과민성 대장염으로 동네의원에서 4개월째 설사 등을 막는 정장제를 복용 중인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이모씨(48·여)는 종전에는 보름치 약 구입에 6900원을 냈지만 이달부터 1만400원을 부담하고 있다.

이씨는 “같은 의료보험료를 내면서 유독 위(胃)나 장(腸)에 문제가 되는 환자에게만 부담을 가중시키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서울 강동구 길동에 사는 김모씨(64)는 “올 5월 동네 의원에서 위내시경으로 위궤양 진단을 받은 뒤 치료제인 라니티딘을 3개월 동안 복용 중”이라며 “지난달엔 약국에서 3000원이면 보름치 약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젠 배가 넘는 6900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반발〓대한의사협회 주수호(朱秀虎) 공보이사는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약 먹는 기간이나 약 선택을 달리해 처방을 하는데 의사의 처방권을 무시한 이번 고시로 인해 결국 환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내과 개원의 협회 장동익(張東翊) 회장은 “사전에 예고도 없이 지난달 27일 일방적으로 고시가 되고 이틀만인 7월 1일에 시행되면서 대부분의 개원의들은 관련 약에 대해 처방전과 보험청구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건강심사평가원의 교육이나 지침이 없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소신 진료도 못하게 만드는 일방적인 고시를 하지 말고 의사도 같이 참여해 표준처방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번 고시가 이달 말까지 철폐되지 않으면 다음달부터 전국 집회를 시작으로 점차 투쟁강도를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정부 입장〓이 같은 조치는 복지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1000여개의 소화제를 비급여약으로 전환하면서 비롯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4월까지 1000여개의 소화제가 비급여로 바뀐 후 개원가에서 이와 효과가 비슷하면서 급여가 되는 소화기관용약 처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보험재정에 부담이 됐다”며 “이번 고시는 소화기관용 약에 대해 의사가 효능과 효과에 맞도록 처방한 경우에만 급여하도록 조치한 것”라고 설명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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