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꽉 채워진 상황에서 그랜드슬램을 날리는 것이야말로 타자들이 경기에 나서기 전 한번쯤 상상해 봄직한 장면.
2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02삼성증권배 프로야구 한화-기아전에서 기아 신동주(30·사진)가 짜릿한 만루홈런을 쳐냈다. 6번 타자로 나선 신동주는 1-0으로 앞선 1회초 1사 만루에서 한화 한용덕의 3구를 통타, 좌측 담장을 넘는 115m짜리 그랜드슬램을 터뜨린 것. 초반 승부를 한방에 결정지은 쐐기포. 프로 12년차인 신동주는 개인통산 7호 만루홈런으로 이 부문 1위인 김기태(SK·8개)에 이어 두 번째 ‘만루홈런의 사나이’로 이름을 올렸다.
한껏 신이 난 신동주는 6회에도 2점 아치를 그려 혼자 2개의 홈런으로 6타점을 따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팀의 9-0 승리를 이끌었다. 신동주는 17일 열린 올스타전에 91년 프로입단 후 처음으로 출전해 4타수 3안타로 ‘선구회상’을 받았던 주인공. 99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만루홈런까지 쳐내 요즘 같으면 정말 야구할 맛 나게 생겼다.
잠실과 사직구장에선 막판 뒤집기가 연출됐다.
SK는 잠실경기에서 1-4로 끌려가던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타자일순하며 6점을 뽑고 두산을 7-4로 꺾었다. SK는 페르난데스의 2점 홈런으로 추격의 실마리를 푼 뒤 무사 1, 2루에서 두산 투수 이재영의 실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 김민재의 밀어내기 볼넷과 채종범의 2타점짜리 적시타로 단숨에 역전. 올스타전에서도 불을 지른 두산 ‘소방수’ 진필중은 8회 2사후 등판해 3분의 1이닝 동안 1홈런 포함해 3안타 1볼넷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LG는 0-2로 뒤진 8회말 3득점한 뒤 3-3인 9회엔 4안타를 몰아쳐 6-3으로 승리해 롯데를 최근 7연패에 사직구장 10연패의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현대 이숭용은 대구 삼성전에서 2-0으로 앞선 5회 2점 쐐기포를 뽑아내며 개인통산 100호 홈런을 자축했다. 마운드에선 선발 마일영이 6과 3분의 2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