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에 대한 조언의 상당수는 주식을 언제 팔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럴 때 팔아라.
첫째는 ‘당신이 그 주식을 산 이유가 이젠 없어진 경우’다. 둘째는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너무 오른 경우’다. 자칫하다간 시장이 곤두박질칠 때 고평가된 주식을 붙들고 있어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셋째는 ‘10%나 15% 등 당신이 정한 하한선이 깨진 경우’다.
팔고나면 오르는 게 주식이라던가. ‘이럴 땐 팔지 말아라’는 조언은 한가지다. 패닉, 즉 겁먹고 아무렇게나 내던지지 말라는 것이다.
‘검은 금요일’ 19일과 ‘검은 월요일’ 22일 이틀간 미국 증시의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76억달러로 집계됐다.
새로 유입된 7.8억달러의 10배 가까이 되는 액수다. 폭락 증시에 지친 10명쯤이 나가고 한 명이 들어오는 셈이다.
17∼23일 시장일 5일간의 통계를 보면 뮤추얼펀드에서 이탈한 투자자금은 191억달러였다. 이탈자금 종전 최고기록은 작년 ‘9·11테러’ 직후 주가 폭락 때 5일간 빠져나간 189억달러였다. 이번의 주가폭락이 투자자에게 준 충격이 그만큼 더 컸던 것이다.
한 투자연구회사의 대표 찰스 비더만은 이 통계를 뒤집어본다. 이쯤 되면 바닥이라는 주장이다.
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서 주식을 던지고 돈을 빼내가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의 과도한 행동으로 주가는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에 이르며 이것은 반등세의 발판이 된다.”
공교롭게도 그의 지적대로 24일 뉴욕 주가가 급반등했다. 미국 언론들은 ‘마침내 상승세’라며 반기고 있다. 그러나 악재가 해소된 것은 아니며 월가(街)의 상황은 바뀐 것이 없다. 바닥은 지나봐야 알 것이다. 월가가 안도하는 것은 하루 2% 이상 폭락세가 나흘째 이어지다가 일단 멈췄다는 점이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