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15년만의 폭등’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는 25일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이날 장 초반부터 줄곧 순매도를 유지한 외국인투자가의 소극적인 투자 때문. 오전 미 증시 급등 소식만을 믿고 사자에 뛰어들었던 한국 투자자들도 오후 들어 슬슬 이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결국 주가 상승폭도 줄어들었다.
▽여전한 불확실성〓미 증시 급등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의 단기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 또 미 증시 반등 자체도 ‘기술적 반등(펀더멘털이 좋아졌다기보다 워낙 단기간 하락폭이 커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모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 두 가지가 외국인 주식 매도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 외국인투자가는 15일 이후 8거래일 동안 계속 주식을 팔아치워 한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해석만으로는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24일 미 증시가 급등한 것이 기술적 반등이라는 것은 미국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부분. 그러나 이날 다우지수가 무려 5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반등의 성격이 기술적이라고 해서 주가 상승폭이 줄어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국 증시에서도 25일 개장 직후 1시간 정도만이라도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섰다면 주가가 훨씬 많이 올랐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더 근본적인 고민〓만약 최근 하락장이 단순한 경기 하락 우려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었다면 25일 외국인은 미 증시 급등을 계기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기술적 반등을 이용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들은 25일 반대로 행동했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단순히 주가와 경기의 일시적인 회복 여부만 살피는 게 아니라 ‘지금이 과연 주식투자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 금융시장 및 기업에 대한 신뢰 붕괴로 한동안 전세계 주식시장이 정상적인 금융시장의 기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이 경우 외국인의 본격적인 투자재개는 단기적인 시황 및 경기 회복 전망이 아니라 언제 미국 금융시스템의 신뢰가 회복될 것인지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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