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 두산의 마무리투수 진필중(30)을 지켜본 팬들의 반응이다. 구원부문 1위를 달리며 2000년 이후 2년 만에 구원왕을 향해 급피치를 올리고 있지만 불을 끄기보다는 불을 지르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 ‘불지르는 소방수’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잠실에서 열린 SK전. 4-1로 앞서던 8회 2사 2루에서 진필중이 구원등판하자 SK 쪽에서는 “이제 짐싸자”는 분위기로 흘렀다. SK 측의 한 관계자는 “우리 팀은 원정 4연패입니다”고 미리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 진필중은 8회를 잘 막은 뒤 9회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채종범을 좌전안타로 내보낸 뒤 페르난데스에게 우월 2점 홈런을 얻어맞으며 흔들리기 시작한 것. 여기까지도 좋았다. 아직 4-3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라 마음을 다잡고 던지면 됐는데 다음 타자 이호준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한 뒤 잉글린을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이재영에게 마운드를 물려줘야 했다.
두산은 이재영과 차명주 장성진 등 3명의 투수를 추가로 투입했지만 한번 불이 붙은 SK의 방망이를 잠재울 수 없었다. 4점을 더 내줘 4-7로 역전패. 두산은 3연패에 빠졌다.
진필중은 이날 패배로 7번째 블론세이브(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해 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것)를 기록했다. 구원투수 중 가장 많은 블론세이브. 시즌 5패째. 23세이브포인트(3승20세이브)로 구원부문에서 기아의 다이넬 리오스(17세이브포인트)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
올 시즌 첫 등판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4월7일 기아와의 연속경기 2차전에서 구원에 실패하며 블론세이브로 시즌을 열었다.
이후 차분히 세이브를 쌓으며 줄곧 구원 선수를 달리고 있지만 번번이 다 잡은 승리를 날려버려 코칭스태프를 곤혹스럽게 했다. 무엇보다 이젠 상대 타자들이 더 이상 진필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
진필중도 “지난해와 달리 타자들이 내 투구 내용을 읽고 있어 상대하기 힘들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진필중이 헤매면서 삼성과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산도 상당한 어려움에 처했다. 진필중 외에 마무리 대안이 없기 때문. 이혜천과 신인 이재영이 있지만 컨트롤이나 경험 면에서 소방수로 쓰기엔 아직 부족하다. 결국 진필중을 계속 투입해야 될 상황. 두산은 진필중이 다시 제 모습을 찾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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