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5승4패로 공동 3위를 달린 데다 득점 공동 1위로 토종과 용병을 대표하는 정선민(신세계)과 브라질 출신 알렉산드라(우리은행)의 맞대결이 펼쳐졌기 때문.
그러나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경기는 내내 신세계의 졸전 속에 우리은행의 승리로 끝났다. 우리은행은 이날 골밑을 압도한 알렉산드라(24점 24리바운드)의 든든한 지원 속에 3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챙기며 76-67로 낙승했다.
이날 두 팀의 명암을 가른 것은 기량차가 아니었다. 우리은행이 알렉산드라의 존재를 버팀목으로 다른 선수들까지 상승효과를 발휘하며 경기를 쉽게 풀어간 반면 신세계는 모든 선수가 정선민만 바라봤다. 공이 정선민에게 집중됐고 후반 들어 정선민이 지친 기색을 보이자 균형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전반까지는 공동 3위팀답게 어느 쪽으로도 승부의 추가 기울지 않았다. 우리은행이 이종애와 홍현희를 내세워 정선민을 수비했지만 정선민이 전반에만 21점을 챙기며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내용 면에서는 우리은행의 승리가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신세계가 정선민 외의 선수들이 동반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한 반면 우리은행은 알렉산드라가 전반에 13점 14리바운드를 챙기는 활약 속에 이종애 홍현희 김나연으로 공격이 분산되며 협력플레이가 자리를 잡은 것.
당연히 후반 들어 정선민의 체력이 문제를 일으키자 3쿼터에 단 4득점에 그치며 주도권이 우리은행으로 완전히 넘어갔고 정선민의 얼굴에는 짜증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신세계는 마지막까지 혼자서 41점을 챙긴 정선민 이외의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고 우리은행 선수들은 막판까지 경기를 즐기며 신세계를 2연패의 수렁으로 몰았다.
이어진 경기에서 현대 하이페리온은 샌포드(19점)와 김영옥(20점)의 활약을 앞세워 금호생명 팰컨스를 77-72로 꺾고 2연패에서 탈출했다. 현대는 이날 승리로 선두 삼성생명을 0.5경기차로 뒤쫓으며 단독 2위를 고수했다. 금호생명은 5연패에 빠지며 시즌 처음으로 꼴찌로 추락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