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은 살면 살수록 더 살고 싶은 곳이다. 아름다운 호수공원이 있고, 또 계획도시의 편안함이 있다.
그러나 문화도시로서 내세울 무엇인가를 찾는다면 선뜻 떠오르는 게 없다.
부천은 독립영화제가 열려 젊은 영화인들의 도시로 명성을 날리고 있고, 분당은 디자인 도시를 선언했으며, 양평은 문화특구로 예술인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다.
또 광주에선 미술 비엔날레가, 부산에서는 국제영화제가 전국의 젊은이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하지만 일산을 포함하고 있는 고양시는 꽃과 호수의 아름다운 자연을 제외하면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일산은 화가 음악가 시인 소설가 등 다방면의 문화예술인들이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 이를 문화자원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굴러들어온 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과연 이 많은 예술 인적자원을 고양시는 잘 활용하고 있는지 꽃박람회가 열리는 호수공원 한쪽에서 열리는 미술 기념 전시의 예를 들어보자.
이 전시는 꽃박람회장 2층 화장실 옆 복도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화가들은 고양시 주민들로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일념으로 매년 참여한다. 그런데 그곳 전시관은 작품을 전시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비좁은 공간이다. 이런 공간에 현역 유명 화가들이 선뜻 작품을 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듭되는 복도 전시에 화가들이 출품할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고양시는 마을 귀퉁이에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호수공원에 조각작품 몇 개를 놔두는 행정이 도시의 문화 인프라를 충족시킨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프랑스 파리, 독일의 쾰른이나 뒤셀도르프가 문화 명소인 이유가 무엇인지는 갤러리 수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현재 일산에는 몇 개의 갤러리가 있을까. 1년 전 문화공간이 간절하다는 생각에 미술인들이 개인적으로 참여해 만든 ‘갤러리 자유로’가 최초의 순수 미술 갤러리이고 그 외에 화랑이 두 개 있을 뿐. 일산 시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나마 있는 화랑 또한 협소하다. 갤러리촌이 조성되거나 또는 어느 도시도 흉내낼 수 없는 미술관이 들어서지 않는 한 일산은 문화 방치 도시의 불명예를 면치 못할 것 같다.
문화도시의 물꼬를 트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각계각층이 노력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문화공간을 만드는 기업에 고양시가 자그마한 지원을 해준다면 기업들은 예술인들을 위해 공간을 만들 것이고, 고양시 거주 예술인들은 전시를 하려면 으레 서울 인사동을 찾던 발길을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고장 일산으로 돌릴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문화행사가 풍부해진 일산은 자연스레 문화예술도시로 변모할 것이다.
최라영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