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 논란과 관련해 도대체 장 총리서리의 죄상(?)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최근 2주간의 매체와 여론 등을 모아 놓고 종합분석을 해 보았다. 문제점은 세 가지로 집약된다. 아들의 국적 문제, 부동산 문제 그리고 ‘친일성 있는’ 김활란을 관용한 그의 역사관 등이 그것이다.
▼국가관-역사관 냉정히 평가를▼
여성계는 이번 청문회에 대비해서 발표 당시의 기쁨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남녀편견을 초월해 22일 ‘최초 여성총리 지명의 의미를 나누는 여성모임’이란 초당적 집회를 가졌다. 전 장관, 현 국회의원을 비롯한 각계의 여성지도자 400여명은 성명서에서 장 총리서리 지명은 “남녀 역할 모델의 변화의 상징”이라 전제하고 그의 “경영능력과 정치적 중립성이 현 시국 수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장 총리서리가 청문회를 통해 명쾌한 답변을 해줄 것과 공식적으로 해명할 일이 있으면 해명하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함으로써 총리로서의 국가관, 역사관, 도덕성을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모임은 여성계 내부의 자기 비판적 소리에도 불구하고 끝내 지지 일변도로 폐회되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참석자들은 ‘집회의 중요성에 비해 언론의 보도가 소극적’이라고 실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발언에 나선 여성계 중진들은 장 총리서리의 문제들을 하나씩 옹호하고 나섰다. 먼저, 아들의 국적 문제에 관해서는 ‘25년 전 당시 장래 자식의 교육문제 등을 고려해 볼 때 미국 국적을 포기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양해될 수 있다’고 했다. 필자도 그의 아들이 이미 29세나 되었으니 국적의 선택은 본인의 자유요, 부모의 관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예로 어떤 이의 ‘손녀 원정출산’ 논란 역시 아이의 부모에게 결정권이 있는 것이지 이 시대의 할아버지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본다. 정치인들의 침소봉대와 억지주장은 그만 좀 멈춰져야 한다.
둘째,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도 참석자들은 사유재산제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노후를 위해 몇 명의 교수가 함께 사 둔 땅을 거론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10년 이상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한 집에 모시고 사는 장 총리서리가 두 아파트를 터서 사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 부분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는 느낌이다.
세번째 문제는 그가 총장 시절에 제정하려던 김활란상(賞)과 관련한 것이다. 이 모임에 참석한 한 단체장은 그 당시 김활란 총장의 친일성을 비판한 일부 여성들을 향해 “일생을 교육계에 헌신하며 애국하다가 일제말에 잠시 타협한 사람(김활란)을 매국노로 지탄하는 것은 지나치다. 숙명적 과거사에 소모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고 장 총리서리를 옹호했다.
어떤 인물을 평가할 때 장점이 약점보다 훨씬 크면 우리는 그를 존경하는 것이 옳다. 신(神)은 인간을 완전하게 만들지 않았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문화혁명’, 덩샤오핑은 ‘톈안먼(天安門) 사태’라는 역사적으로 큰 범죄를 저질렀으나 그들의 장점이 더 크므로 아직도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 위의 문제들은 총리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자질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사안들이고, 사람에 따라서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지엽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장 총리서리가 최고지도자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인데, 그의 경력을 볼 때 객관적으로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었다는 여론이 더 많은 것 같다. 경영이 투명한 리더, 이웃을 사랑하는 신앙인으로서 부족함이 거의 없다는 것은 필자의 개인적 소견이다.
▼지엽적 문제 얽매이지 말아야▼
현정부의 공자금 비리 5조원이라든지, 역대 대통령과 친인척들의 수백, 수천억원대의 부정부패와 그 부스러기를 먹고사는 상당수 ‘까마귀’들이 들끓는 세상에서 과연 장 총리서리의 문제라는 것들이 상대적으로 그렇게 심각한 잘못인지는 의문이다.
이번부터라도 국회는 성숙된 모습으로, 성의 편견 없이 청문회에 임해주기 바란다. 그래서 장 총리서리 인준 문제가 냉정하고도 슬기롭게 결정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우리 국민은 앞으로 신임 각료나 단체장들이 취임할 때 검증은 철저히 하되 그 후에는 흔들기보다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감싸주는 풍토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홍연숙 한양대 명예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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