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남다른 교육열은 끊임없이 새로운 사회현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요즘 가장 두드러진 것은 외국어고 과학고 등 이른바 특수목적고 진학 열기가 아닌가 싶다. 아직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중학생들이 아파트 단지마다 이리저리 과외를 받으러 다니느라 분주하다. 이전에도 특목고의 입시 경쟁률은 낮지 않았지만 올해는 차원이 좀 다르다. 특목고에 진학하는 것이 역시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훨씬 적극적으로 특목고 입시에 매달리는 것이다. 이러다가 대학입시 경쟁이 중학교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중고교 교육은 내부적으로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선 학생 선발의 자율권이 부여된 자립형사립고의 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 학교는 전국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다. 국공립고교 중에서도 ‘자율학교’라는 이름으로 옛 명문고를 지향하는 학교들이 새로 지정될 예정이다. 과거에는 국내 고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외국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은 엄두를 내기 어려웠으나 최근 가능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대학들이 국내 고교를 나와도 우리의 수능시험과 같은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이 있으면 입학허가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새로운 기류로 인해 향후 대학입시 경쟁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 같다. 조기유학까지 포함해 교육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부가 의도한 결과라기보다는 사회 변화와 국민 요구에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따라간 것이다. 국내 자립형사립고의 하나인 민족사관고에는 해외유학을 떠났던 10여명이 역(逆)유학 형식으로 돌아와 입학했다고 한다. 이 또한 더 경쟁력 있는 교육을 추구하는 욕구와 시장원리가 반영된 재미있는 현상이다. 교육현장이 이처럼 소용돌이치고 있는데 정부는 과연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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