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원환/주먹구구 외교통상정책에 독도 빼앗길라

  • 입력 2002년 7월 25일 18시 40분


약값 정책이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로비와 압력에 흔들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마늘협상에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포기하고 이를 쉬쉬한 것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권력형 부정부패에 이어 정부의 정책 수행능력의 한계를 보는 듯해 아무리 대통령 임기말이라지만 국정 난조 현상이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마늘협상의 가장 큰 논란은 ‘2003년부터 중국산 마늘 수입 자유화’ 문구가 합의문 본문에 있다가 부속서로 빠지고, 이 내용이 제대로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연장 불가’라는 엄청난 사실을 협상 실무자들의 독자 판단으로 발표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었을 것이므로 그 경위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

이번 마늘협상과 관련해 99년 ‘정치적 절충’을 통해 타결된 한일 어업협정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독도 보고 놀란 가슴 마늘 보고 놀란다’는 심정인데 당시 정부가 일정한 시한을 두고 우리 어선의 어획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일본과 동일 수준으로 하기로 합의한 것은 그동안 이 지역에서 우리 어민들의 어획량을 고려할 때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독도문제와 관련해 양국은 ‘영유권’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사실상 인정했다는 우리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국회 독도사랑모임과 독도학회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한일어업협정 파기 및 재협상촉구 국민서명운동본부’는 한일어업협정 파기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과 벌인 답답한 ‘마늘 협상’을 목도하면서 독도 영유권 분쟁이 결코 ‘강 건너 불’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외교통상 정책이 계속 주먹구구식이면 독도가 ‘마늘’ 짝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 공직자의 국제 경쟁력도 세계 4강 수준에 오르기를 기원한다.

김원환 제노믹스 코리아 원장·경기 과천시 문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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