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저항선 700마저…주가 맥없이 무너져

  • 입력 2002년 7월 26일 17시 21분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6월 이후 몇 차례나 강한 저항선 역할을 하며 지수를 떠받쳤던 700선은 26일 외국인투자가의 매도 공세에 오전부터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697.84까지 밀렸다.

"아직 한국 경제와 증시의 펀더멘털은 괜찮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 자꾸 군색해지는 모습. 펀더멘털보다는 외국인투자가 매도로부터 촉발된 투자심리 악화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외국인 매도=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른바 '스노우 볼(Snow Ball)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은 15일 이후 9거래일 동안 거래소 시장에서 주식을 팔아치웠다. 초반 매도 규모는 200억∼700억원 정도였으나 23일 994억원으로 매도금액이 껑충 뛴 뒤 24일 1239억원, 25일 1453억원, 26일 3330원으로 계속 커지는 모습.

주가하락이 한국 경제 및 증시의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진행된다는 점이 이번 장세의 특징이다.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서 주식을 파는 이유는 미국 증시 악화로 인한 뮤추얼 펀드 환매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 펀드자금 유출입을 조사하는 AMG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14억달러로 92년 이래 최대로 집계됐다.

즉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은 달러로 환전돼 미국투자자들의 지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26일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른('달러 사자'세가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조익재 투자전략팀장은 "시장불안으로 인한 환매요구가 생기면 이익을 냈거나 비교적 손실이 적은 펀드의 주식부터 처분하게 된다"며 "테러 직후와 비교할 때 한국의 수익률이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아 한국 주식이 처분 대상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26일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한국의 대표주를 대거 팔아치웠다. 업종 대표주의 매도 규모는 3200억원 남짓이다.

▽바닥을 알 수 없다=한국 증시의 반등 계기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아니라 외국인의 투자 동향. 그러나 펀드 환매 압력에 대비해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주식을 파는 것이 외국인의 최근 주식 매도 원인이기 때문에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주식을 팔아치울지 예상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미국 증시 반등을 계기로 미국 뮤추얼 펀드 환매 압력이 감소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은 기대할 수 있어도 주가 회복의 궁극적인 계기는 찾기 어려울 전망.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급락의 근본적 원인이 미국 시장에 있는 만큼 앞으로 당분간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 움직임에 좌우되는 동조화 현상이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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