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타자를 상대로 빼낼 수 있는 최고의 성적은 삼진. 타자들을 힘 한번 못 쓰게 만들며 돌려세우는 투수들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한다. 오로지 투수와 타자의 1 대 1 대결에 의해 판가름나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돋운다. 탈삼진은 투수 3대 타이틀로 불리는 다승 승률 평균자책에 비해 격은 떨어지지만 투수의 능력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잣대.
프로야구에서 홈런레이스에 못지않게 ‘닥터 K’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김진우(기아)와 레스(두산), 임창용(삼성)이 간발의 차이로 선두를 다투고 있다.
기아의 특급신인 김진우가 가장 돋보인다. 올해 진흥고를 졸업하고 고졸 최고액인 7억원을 받고 기아에 몸담은 김진우는 올 시즌 18경기에 나와 109개의 삼진을 낚아냈다. 경기당 6개로 현재 탈삼진 1위. 시속 150㎞를 오르내리는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로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슈퍼루키 김진우는 4월9일 현대전에 처음 등판해 10개의 삼진으로 타자들을 돌려세우며 첫 승을 기록하는 등 초반부터 돌풍을 몰고 왔다. 25일 한화전에서도 11개의 삼진을 기록하는 등 올 시즌 10개 이상의 삼진을 솎아낸 것만도 네 번이나 된다. 벌써 8승(6패)이나 올리기도 했다.
만일 김진우가 이런 페이스로 계속 나간다면 프로야구 20년 역사상 첫 새내기 탈삼진왕이 된다. 김진우는 탈삼진왕과 신인왕이란 ‘두 마리 토끼’를 낚겠다고 벼르고 있다.
두산의 용병 레스와 임창용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레스는 최고 구속이 시속 140㎞ 초반대에 불과하지만 정확한 직구 컨트롤과 예리한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돌려세우고 있다. 특히 오른쪽 타자를 상대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거치며 떨어지는 체인지업엔 타자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104개로 2위. 경기당 5.8개. 시즌 12승(3패)으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기도 하다.
103개로 3위에 랭크된 임창용도 잠수함투수임에도 빠른 직구와 변화무쌍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요리하며 뒤쫓고 있다. 임창용은 25일 현대전에서 2년 연속 10승고지에도 올랐다. 이 밖에 박명환(102개·두산)과 김수경(99개·현대)도 ‘닥터 K’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