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하리 하라의 생물학 카페'낸 이은희씨

  • 입력 2002년 7월 26일 17시 55분


이제 여러분을 카페로 초대하려고 합니다. 분위기 있는 음악과 향기로운 한잔의 차를 떠올리실테지만 이 카페는 좀 색다른 카페입니다. 놀라지 마세요. 옆에서 무언가 꿈틀대거나 벽을 짚은 손에 촉촉한 느낌이 전해져 오더라도요. 36가지의 ‘맛있는’ 생물학 이야기를 제공하는 이 카페의 이름은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궁리)입니다.

카페의 주인을 소개하지요. 0과 1이 수없이 오가는 인터넷 세상에서 그의 이름은 하리 하라(hari-hara)입니다. 인도 신화에서 빛 시작 창조의 신 비슈누(Visunu)와 어둠 끝 파괴의 신 시바(Shiva)가 합쳐진 형태를 의미한답니다. ‘인터넷 세상’을 벗어나면 ‘하리하라’는이은희(27·태평양 의약건강연구소 연구원·사진)로 돌아온답니다.

이 카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주인의 얘기를 들어보죠.

“1999년 대학원(연세대 생물학과 신경생물학 전공) 석사 1학기 여름방학 때, 그저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고 싶어 인터넷 사이트 ‘다음’에 ‘가타카에서 살아갈 날들을 위해’라는 칼럼을 만들었다. 꾸준히 말랑말랑한 생물학 이야기들을 썼다.”

인터넷상에 게재했던 110여편의 칼럼 중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36편의 칼럼을 선별했다고 합니다. 그가 귓속말로 해준 얘기인데요. 과학하는 사람들 중에 글쓰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참 많대요. ‘다른 사람들이 안 쓰면 내가 써보자!’라고 맘 먹었다는군요.

주인이 두 주먹 불끈 쥐고 준비한 카페의 ‘메뉴’과 ‘재료’들은 딱딱하지 않아요. 아주 소화하기 쉽답니다. 게다가 입맛을 짭짭 다시며 다른 메뉴를 어서 맛보고 싶을 정도지요.

메뉴를 살펴볼까요?

‘정자와 난자의 만남’ ‘성장호르몬과 노화’ ‘비만과 유전자’ ‘심장이 왼쪽에 있는 이유’ ‘사랑과 호르몬’ ‘탄저균과 생화학 테러’ ‘복제 돼지의 탄생과 인공 장기’ 등이 있네요. 이 메뉴 중 ‘사랑과 호르몬’을 헤쳐 봅시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는 시기에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량이 증가합니다. 좀 지난 뒤에 도파민은 페닐에틸아민에게 자리를 넘겨줍니다. 이 호르몬은 상대에 대한 애정의 샘이 솟아 오르게 하지요. 사랑을 하게 될 때 이런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나와서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지만, 길어야 30개월 정도만 지나면 대뇌에 이런 종류의 물질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죠. 결국 사랑도 일종의 중독!

앗, 주인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하네요. 이 카페의 ‘존재의 이유’를 말씀드려야 한다는군요.

“과학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인간과의 연관성을 도통 알 수 없었던 ‘쓸모없는’ 공식이 과학의 전부가 아니다. 특히 생물학은 ‘나’와 가장 가까운 학문이다. 내 몸이, ‘나’ 자체가 생명이기 때문에 나를 보는 것이 생물학이다. 많은 사람에게 과학을, 생물학을 알리고 싶다.”

이야기를 쉼없이 이어지네요.

“복제인간 샴쌍둥이 동성애 낙태 등의 문제에 대해, 일반적인 내리는 결론에 대해 ‘과연 그래야 하는가’ ‘정말 나쁜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는 “내가 모르는 더 많은 것이 있을 것”이라고 씨익 웃네요. 하지만 “과학은 정체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해가는 역동적인 녀석”이라며 “배우고 있는 청년 과학자가 보고 느낀 과학”을 얘기하고 싶대요.

그는 마음에 품은 꿈 하나를 풀어 놓네요.

“과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쓰는 일을 오래도록 하고 싶다. 과학전문기자를 할 수 있을까.”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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