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유감' 대응 혼선

  • 입력 2002년 7월 26일 18시 14분


북한의 서해교전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과 관련해 정부의 대응기조가 불과 하루 사이에 ‘적극 수용’에서 ‘신중 대처’로 물러서는 등 정부의 대북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더욱이 북한이 유감 표명을 담은 전화통지문을 보낸 직후 청와대와 통일부가 보인 반응이 서로 달라 충분한 정부 내 정책조율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2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보고한 남북관계 현안 보고자료에서 “북측의 대화 제의를 신중하게 검토해 추진하겠다”며 “정부는 국민의 여론을 폭넓게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또 “서해교전과 같은 유사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역점을 두겠다”며 “현재로는 정부 차원의 대북지원은 유보하면서 앞으로 북한의 태도를 보아가면서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신중대응 기조는 불과 하루 전 통일부가 보인 반응과는 전혀 달라 정부가 비판적 여론을 의식해 뒤늦게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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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金炯基) 통일부 차관은 25일 북한의 유감 표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명백한 사과 표시로 간주한다. 과거와 비교할 때 대단히 진전된 태도이다”고 적극 수용 태세를 밝힌 뒤 “장관급회담 실무접촉 날짜를 잡아 북측에 통보하겠다”며 당국간 대화재개도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 측은 “충분히 시간을 갖고 신중히 정부의 입장을 정해나갈 것이다”(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고 한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보여 정부와 청와대 간에 정책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전통문 접수 직후 ‘차분한 대응’ 기조를 정했으나 실무부서인 통일부가 다소 앞서간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통일부는 발표 당시 북한의 사과 의미를 분석한 A4용지 2쪽 분량의 참고자료까지 배포해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원 차관은 “전통문이 오자마자 ‘명백한 사과’라고 발표했던 것은 남북 간 물밑조율이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그러나 국민 여론이 시큰둥하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한발 물러선 것으로, 정부의 경솔한 대응을 다시 보여준 대목이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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