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총리는 250여명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 최고경영자와 경제단체장 등을 앞에 놓고 1시간 정도 계속된 강연에서 줄곧 현 정부의 ‘경제적 치적’을 역설했다.
그는 “이 정부 들어 어려움을 이기고 산업자본주의에서 100년을 앞선 일본을 따라잡게 되었다. 스승인 일본을 추월하게 됐다고 외국 언론들이 먼저 칭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2000년 말부터 세계 경제가 침체되자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해 정부가 재정집행을 많이 했다”며 “올해 기업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수출도 좋아졌지만 (재정집행에 따라) 내수시장이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97년에는 경제장관들이 속은 썩어 들어가는 기업을 보고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떠냐. 기업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97년에 그는 공정거래위원장이란 요직에 있었다.
전 부총리가 내내 ‘정부 자랑’에 치중하자 기업인들은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었다. 한 참석자는 “경제정책을 이끄는 경제팀 수장(首長)의 입을 통해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알고 싶어 초청한 것일 텐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른 경제계 인사도 “경제포럼에서 웬 정치선전이냐”면서 “공정위가 갑자기 예정에 없던 6대 그룹 조사 착수로 재계를 긴장시키는 등 기업경영에 엄청난 악영향을 주는 규제활동은 여전히 하면서 웬 공치사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 A씨는 “전 부총리의 말은 현실 감각이 너무 떨어진다”면서 “자꾸 과거와 비교하는데 중국이나 멕시코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현재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불편하고 부당한 규제를 많이 당하는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서귀포에서>
신연수기자 경제부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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