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한이 ‘우발적’이란 표현을 쓰고, 공동책임을 주장하는 등 사과와 재발방지 및 관련자 처벌 요구가 하나도 수용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서둘러 사과를 받아들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향후 대응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을 뿐,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책 제시가 남북장관급 회담의 전제조건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지나치게 대북강경자세를 취하는 게 득책(得策)이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한나라당의 대응이 충분히 유동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당내 일각에선 북한의 사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북측에 대해) 더 사과하라는 요구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면서 “서해도발에 대해선 남북합동 조사위 구성을 요구하는 한편 단절됐던 남북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장관급 회담을 비롯한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자민련〓한화갑(韓和甲) 민주당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북한의 제안은 국민 정서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며 “남북 대화 재개는 바람직하지만 북한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만큼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북한이 진일보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일단 평가한다. 하루빨리 남북대화가 재개돼 한반도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 합의가 이뤄지기 바란다”고 보인 첫 반응에 비해 한 발 물러선 발언이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들은 “서해교전의 ‘조문 분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아직 진의를 알 수 없는 북한의 유감 표명을 섣불리 환영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북한의 어처구니 없는 말 한마디를 갖고 정부가 허겁지겁 덤벼서 마치 유감 표명을 사과로 수용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