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안용찬/국가브랜드 높여 유럽징크스 깨자

  • 입력 2002년 7월 26일 18시 41분


월드컵 ‘축제’가 끝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도 우리 국민은 감동과 열정을 즐기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라 역동적인 나라, ‘다이내믹 코리아’로 자리매김하며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월드컵 기간이었던 6월의 나날들은 수백년 동안 가슴 한쪽에 내재돼 있던 민족의 기상이 분출하면서 용솟음쳤으며 국민적 에너지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앞으로 국운 상승에 긍정적인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 축구는 명실상부한 올해 최고의 히트 브랜드라 할 만하다. 전 세계에서 두루 통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글로벌 히트 브랜드’인 셈이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경제의 재도약을 꾀할 때다.

브랜드 관리는 기업 성공의 핵심 포인트다. 하지만 기업인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선진국에 비해 국가 브랜드가 턱도 없이 허약하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국가 브랜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하는 전략이 추진되지 않으면 수많은 개별 브랜드는 더 많은 비용을 쏟아붓고도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이다.

한국 축구라는 글로벌 히트 브랜드를 바탕으로 정부가 국가 브랜드 강화 전략에 발벗고 나섰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세계 수준의 품질력을 확보하고도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이유로 싸구려 취급을 받는 일이 허다했다.

전자업계에서 ‘메이드 인 저팬’이나 ‘메이드 인 저머니’라는 국가 브랜드는 전 세계 소비자에게 깊은 신뢰감을 준다. 포도주 향수 화장품은 ‘메이드 인 프랑스’ 하면 고급 이미지를 준다. 패션 부문에서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수십년간 억눌려 온 한국 축구가 유럽 징크스를 깨뜨렸듯이 이제 한국 사회 전반의 유럽 징크스를 깨뜨릴 차례다. 유럽과 경쟁하고 있는 많은 국가 대표급 기업들이 먼저 유럽 징크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축구를 교훈 삼아 품질과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유럽을 압도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과거의 무조건적인 ‘외제 선호 사상’과는 다르지만 아직도 유럽 제품이 한국에 들어오면 품격이 과대포장돼 필요 이상의 가격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심지어 매일 사용하는 샴푸나 주방세제 등 생필품도 ‘유럽 제품이 아무래도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여전하다.

국가 브랜드 육성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제는 설득력이 없다. 희망사항으로도 감히 넘보지 못했던 세계 4강이라는 성적을 한국 축구는 짧은 시간 동안 이룩해냈다. 선수를 유럽에서 수입해 온 것도 아니고 유럽 축구를 모방한 것도 아니고 유럽식 축구 기술을 도입한 것도 아니다.

세계 경제는 이미 평준화된 제품력과 수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럽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이 많고 막연히 유럽 제품을 선호하는 한국 국민은 더 많다.

이제 한국 축구는 세계 언론으로부터 ‘유럽 킬러’라는 명성을 듣고 있다. 곱씹어 보면 유럽 징크스란 애초에 없었다. 말 그대로 선입견일 뿐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아시아 대표 선수였고 ‘아시아의 자존심’이었다.

꿈도 꿔보지 않았던 한국 축구의 세계 4강 진출이 이뤄진 마당에 대한민국이 이제는 국가 브랜드에서도 세계 4강에 들어가도록 노력할 때다.

안용찬 애경산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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