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음료수 선전이 아니다. 김소희씨(25·E2소프트 마케팅팀)는 최근 PC방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는 주말이면 꼭 PC방에 들러 길드(게임동호회) 회원들과 네트워크 게임을 즐긴다. 남자들의 낚시나 골프 못지 않은 취미 생활이다. 남자 친구는 그런 그의 옆에 앉아 테트리스나 장기를 두는가 싶더니, “영화 보러도 안 가고, 놀이공원도 안가고, 이름 난 식당도 안 가는” 김씨가 싫다며 PC방을 나갔다.
그동안 김씨가 다닌 PC방은 서울의 모든 구(區)를 비롯해 안산 안양 평택 성남 일산 김포 구리 부산 제천 속초 제주 등 줄잡아 1000여 곳. 주로 길드가 모이기로 한 PC방을 찾아가지만 친구들끼리 지방에 놀러갔다가 또는 출장 중에도 어디든 PC방만 있으면 들어가 자리잡고 앉아 게임을 한다.
“성신여대 2년 때인 1998년부터 게임이 좋아 PC방을 찾기 시작했다”는 그는 요즘은 온라인 게임 ‘뮤’(www.muonline.co.kr)를 즐기는 길드에 참여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에 길드 회원끼리 약속한 PC방 근처에 모여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밤새워 게임한다. 채팅기능을 통해 게임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현재 길드 회원 수는 15명. 25∼30세 직장인이 대부분이고 여성회원은 3명이다.
김씨는 “지난해 추석연휴 때 72시간 동안 PC방에서 게임을 한 적도 있다”며 “PC방에 가는 것은 성능 좋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찾아서가 아니라 게임 마니아를 비롯한 사람 만나는 재미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에 있는 PC도 최신형인데다 초고속인터넷에 연결돼 있어 온라인게임을 즐기는데는 안성맞춤이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서 노는 게 즐겁다는 것이다.
그는 “PC방에서 만나는 사람과 친구하고, 함께 게임에 참여해 힘을 합쳐 악당을 물리치고 우정을 키우는 재미는 해 본 사람만이 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방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온라인 게임 문화를 즐기며,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할 것이라고.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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