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애인도 ‘교육받을 권리’ 있다

  • 입력 2002년 7월 28일 18시 41분


하반신 마비의 장애 때문에 남보다 늦은 나이에 어렵게 입학한 대학이었지만 그에게 대학 캠퍼스는 극복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장애’였다. 학교 교문에서 계단을 올라 교실에 이르는 길은 일반 대학생에게는 기분 좋은 등굣길일지 몰라도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그에게는 끔찍한 고행이었다.

지체 1급 장애인인 여대생 박지주씨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대학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학습권 침해를 인정해 박씨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배상 액수는 많지 않지만 이번 판결이 장애인 권익보호 측면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장애인에 대해 형식적 배려가 아닌 실질적 의무를 교육기관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오히려 사회의 다른 곳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장애인 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고 억울해 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학에 장애인 시설이 없다면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교육기관에는 더 높은 기대 수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장애인들은 여건상 대학 입학도 쉽지 않을뿐더러 학업을 이어가기는 더욱 어렵다. 이로 인해 대학 진학을 미리 포기하는 장애인도 적지 않다. 교육받을 권리는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인 만큼 장애인에게도 똑같이 부여되는 것이 옳다.

박씨는 장애인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이 장애인 신입생을 선발할 때는 불편 없이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약속이 전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어느 대학이든 단순히 장애인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는 과시 차원이 아닌 내실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장애인에게는 편견이나 차별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 그들에 대한 무관심일 수 있다. 이번 소송도 대학 측이 장애인의 입장에서 바라보지 못한 데서 발단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서 장애인의 생활 환경에 관심을 갖는 데 이번 판결이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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