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인근 유스티스의 크리스천 홈앤드바이블 스쿨 8학년에 다니고 있는 박인비양(사진)이 바로 그 주인공. 박양은 28일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필드의 에코레이크CC에서 열린 매치플레이 결승에서 태국계 제니 탕티파이부타나(17)를 3홀 남기고 4홀차로 꺾었다. 이로써 박양은 올해로 54회째를 맞은 최고 권위의 이 대회에서 우승한 첫 번째 한국인 선수로 이름을 새겼다.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초등학교 3학년때 골프를 시작한 박양은 국내 주니어 무대를 휩쓸며 이름을 날렸고 2000년 겨울에는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에 뽑혔다. ‘골프 꿈나무’로 활약하던 그가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것은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해 죽전중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주중에 각종 대회가 많고 주말에는 골프장을 이용할 수 없는 열악한 훈련 여건 때문에 등교도 거의 못하고 공부와는 담을 쌓게 되면서 회의를 품게 된 것.
지난해 여름 2개월 동안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한 뒤 그 해 9월 어머니 김성자씨(39), 동생 인아양(12)과 유학길에 올랐다. 아버지 박건규씨(41)는 경기 안산 소재의 용기 포장재 제조업체(유래코)를 경영하고 있어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됐다.
박양은 1m64, 60㎏의 빼어난 신체조건에 드라이브샷의 비거리가 성인 프로와 맞먹는 평균 240야드에 이른다. 더구나 이번 학기 성적이 모두 A였을 만큼 학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후 2시까지는 꼭 수업을 듣고 그 후에 3시간 정도 공을 친다는 것이 어머니 김씨의 설명.
박양의 목표는 ‘주골야독’으로 스탠퍼드대, 애리조나주립대, 듀크대 등 골프 명문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운동과 함께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하겠다는 것. 학업을 마친 뒤에는 프로에 뛰어들어 세계 최강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같은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영어로 간단한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어도 여전히 언어문제가 가장 힘들다는 박양은 전화 인터뷰에서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골프를 하고 싶어 한국을 떠났다”며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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