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사용자가 ‘자신의 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분실 도난 신고일에 관계없이 부정사용 금액에 대해서 보상받도록 카드사의 책임을 크게 강화했다는 것이다. 카드 사용자로서는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카드 사용자가 어떻게 하면 분실과 도난에 대해 과실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어떤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금감원은 “그것까지 (우리가) 제시해야 하는가. 수단과 방법을 최대한 동원해 과실이 없음을 주장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대답만 내놓았다.
카드업체들도 “카드 사용자가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발표대로라면 카드업체에 추가부담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한건주의식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금감원의 생색내기는 이것뿐이 아니다.
금감원은 최근 카드회원의 신용한도를 조정할 때 카드사가 소득증명서를 받도록 하고 신용한도 변경 사실을 회원에게 알려 동의를 받도록 한 일이 있다. 카드고객 보호를 명분으로 한 조치였다. 이에 대해 카드사 직원들은 “신용한도가 떨어지는데 이에 동의할 고객이 어디 있겠느냐”며 “실현 불가능한 제도”라고 얘기하고 있다.
과욕을 부리던 금감원이 갑자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일도 있다.
금감원은 26일 제일은행에 대한 검사 발표 때 “전직 행장들에게 문책경고와 주의적 경고를 주었다”고만 밝히면서 실명 공개를 한사코 거부했다. “그렇다면 아무 관련이 없는 전직 행장들까지 피해를 본다. 그에 대해 금감원이 책임을 지겠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마지못해 해당자의 재임시기를 밝혀 우회적으로 공개했다.
알맹이 없는 생색내기보다는 밝힐 것부터 제대로 밝히는 것이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당국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김동원기자 경제부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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