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박성희/"세상 약게 살고 싶지 않아요"

  • 입력 2002년 7월 28일 19시 03분


며칠 전 경기 광주시에 짓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갔다. 현재 살고 있는 성남시에서는 집 장만하기가 힘들어 이곳을 노리고 분양 신청을 했다. 생전 처음 가본 모델하우스는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시종일관 들뜬 마음으로 서류를 접수시키고 나오는데 서울에서 거주한다는 50대 아저씨가 “몇 순위예요?”라고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1순위’라고 대답하자 그 아저씨는 “왜 이런데다 1순위를 넣느냐고 하면서 차라리 다른 수도권에 넣으면 앉아서 1000만원 이상은 벌 것이고 그 번 돈으로 이 아파트를 구입하지 그랬느냐”이라고 꾸짖기까지 하며 바보 취급을 하는 것이었다. 난 속으로 말했다. ‘아저씨, 저요 그렇게 세상 약게 살고 싶지 않아요. 아저씨 같은 사람만 있으면 우리같이 간절하게 집 사고 싶은 사람들은 평생 집 못 사요. 우리 가족 셋방살이 20년째예요. 정직하고 성실하게 알뜰살뜰 살아도 돈이 안 모여서 무이자 혜택을 주는 이 아파트를 노린 거예요.’ 그날 난 하루종일 행복해지려고 했는데 그만 씁쓸해지고 말았다.

박성희 feelh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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