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主제일주의 현장을 가다]④DPI/4년새 주당 배당금 3배로

  • 입력 2002년 7월 29일 17시 31분



노루표 페인트로 알려진 DPI.

상표가 친숙한 탓인지 첨단 소재산업이나 선진 주주중시 경영과는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회사 내부를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작년 자사주 30% 사들여▼

▽자사주 매입의 힘〓DPI는 2001년 들어 자사주를 총 발행주식의 30.3%나 사들였다. 이 회사는 2001년 국내에서 자사주를 가장 많이 사들인 상장기업이다. 8월에는 자사주가 총 주식의 46.5%에 달했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압력 감소로 이어진다. 자사주에 대해서는 배당을 하지 않으므로 일반 주주에게 배당할 여유가 늘어나는 것. DPI는 97회계연도에 주당 500원을 배당했다. 98, 99년 600원씩을 배당했고 2000년 1000원을 거쳐 2001년도에는 1500원을 배당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도 4년 새 주당 배당금이 3배로 늘어났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늘어나면서 일반 투자자의 지분이 올라가 주식 가치도 커졌다.

▼분리-합병 과감히 실천▼

▽한 발 앞선 생존과 성장 전략〓자사주 매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 돈이 많아야 할 수 있다. 경영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DPI는 분리와 합병을 적절히 이용해 생존과 성장을 함께 이뤄왔다. 이 회사는 수익성이 낮은 부문을 분사하고 생산 설비를 자회사 등에 매각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 악조(AKZO)사(社)와 합작 설립한 IPK에 부산공장을 매각했다. IPK의 선박부문 지분 10%(장부가 30억원)를 악조에 넘겨 18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는 올 경상이익을 전년의 두 배로 늘리는 기반이다.

매각 대금은 부채를 줄이고 효율적인 투자에 사용할 예정. 이는 수익성을 높여 자기자본이익률(ROE)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올해 말 부채비율은 65%선.

DPI는 장기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만 가지고 나머지는 분사할 계획이다.

▼中시장진출 등 지켜봐야▼

▽시장 의구심〓보유 자사주의 처리에 시장의 의구심이 적지 않다. 자사주를 매물로 내놓으면 물량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DPI측은 상당 기간 자사주를 팔 계획이 없다. 결국 소각할 수 있는 자사주는 모두 소각한다는 것. 신탁형태인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는 자기주식으로 바꿔나갈 방침이다.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 시장 진출과 자회사에 대한 지급보증 감소 추이도 지켜볼 부분이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한영재 회장 한마디 “경쟁력확보가 주주중시 첫 걸음”▼

DPI 한영재(韓榮宰·49·사진) 회장의 별명은 ‘교수’다. 뭘 내세우는 데 익숙지 않다. 엄청난 자사주 매입과 높은 배당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설명했다.

“주주는 회사를 믿고 투자해 준 사람들입니다. 배당은 믿음에 대한 당연한 보답입니다.”

그는 창업주의 아들로 2세 경영인이다. 그러나 오너라는 말을 싫어한다. 자기 지분이나 주식 매매, 주가 관리 등의 주제가 나오면 조용해진다. 대신 최고경영자(CEO)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기업의 생존과 경영을 이야기할 때면 목소리가 높아진다.

한 회장은 “항상 생존을 생각한다”며 “다국적 기업과 경쟁해 살아남는 것이 주주 중시 경영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설비 등 하드웨어는 모두 자회사로 넘겨 지주회사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국적 기업과 경쟁해 살아남는 전략이다. 여러 개로 나눠져 있으면 위기 때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 의사결정이 빨라지는 것도 분사의 장점으로 꼽았다.

한 회장은 요즘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은 하나의 시장으로 한국은 내수 1시장, 중국은 내수 2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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