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엔 ‘스타출신 지도자들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항상 최고의 대접만을 받던 스타는 후보나 무명선수들의 설움을 결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성한감독은 현역시절 ‘오리궁둥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독특한 타법으로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타자로 군림했던 스타. 은퇴후에도 쉬는 기간 없이 코치∼감독으로 순탄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그런 김감독이 선수단을 잘 이끄는데는 어떤 비결이 있을 듯 싶었다. 그게 뭘까.
“지난해부터 팀을 운영해 보니까 느끼는 게 많았다. 팀에서 잘 하는 선수가 있는 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잘 하는 선수만 챙기면 팀워크가 깨진다. 선수들 입장에선 감독이 아무리 잘 해줘도 조금씩 서운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래도 조그마한 것 까지 챙기려고 많이 노력한다. 예컨대 1군 엔트리에 27명이 있으면 골고루 경기에 출전시켜 균등한 기회를 주는 편이다. 이는 시즌뒤 선수들이 받을 고과점수 때문인데 다 집에 아내와 자식들이 있는 가장들 아닌가. 게임에 자주 출전해야 고과점수를 받고 연봉이 오를 수 있다.”
한국야구풍토에서 그의 나이는 사실 감독을 하기엔 젊다. 현재 8개구단 사령탑 가운데 그보다 어린 감독은 없다. 김감독 역시 “예상보다 시기가 빨랐다”고 한다. “은퇴한뒤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에 코치연수를 갈 때 구단에서 비용을 모두 대줬다. 그게 일종의 암시였던 것 같다. 그때부터 감독을 꿈꿔왔다.”
하지만 젊은 나이가 단점이 될 순 없다. 그는 젊음이 연륜을 커버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혈기가 팀에 활력을 주니까. “막무가내가 아니라 계산된 혈기라고 할까. 선수들의 마음속에 ‘감독이 정말 과감하구나’하는 느낌을 경기중에 심어줘야 한다. 감독이 젊다면 선수들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30여분간 인터뷰를 한뒤 ‘본론’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 바로 ‘기아가 올해 왜 강한가’라는 물음이었다. 김감독은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두가지를 들었다. 외적인 것은 열악한 해태에서 재정이 탄탄한 기아로 팀이 바뀐 게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됐다는 점이다. “한동안 선수들이 무기력증에 빠졌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세상이 변했다. 지난 겨울 연봉협상에서 선수들은 과거와는 대우가 다르다는 걸 느꼈고 자연스럽게 선수들간에 경쟁의식이 생겼다. 올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의 눈빛이 확실히 달라진 걸 알 수 있었다.”
내적인 이유는 선수들이 ‘나’를 버리고 ‘우리’를 찾았다는 점. “지금의 기아는 과거의 해태와 달리 (이)종범이외에는 스타가 없다. 이게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범이 등 선배들이 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걸 보고 후배들도 배우려고 노력한다. 기아엔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선수가 단 한명도 없다고 자신한다. 스타는 없지만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에 맞춰 기량을 120% 발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적인 걸 몇가지 물어봤다. 술과 담배? 술은 가끔 하지만 1차에서 끝내는 게 원칙이고 담배는 하루에 한갑 정도. 경기할 땐 3∼4개비를 피운다. 취미? 취미생활 즐길만한 시간이 안된다. 골프? 핸디캡 10. 그런데 골프장 나갔던 게 언제였지?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