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책무게에 무너지는 도서관들

  • 입력 2002년 7월 29일 18시 16분


공공도서관들이 늘어나는 책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붕괴위험에 놓여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도서관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필수적인 인프라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형편은 이렇게 열악한 수준이다. 붕괴를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쇠기둥을 받쳐 놓은 도서관의 볼썽사나운 모습은 문화 후진국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책을 읽는 데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면 어느 누가 이들 도서관을 찾을 것인가.

도서관은 몇백 년 앞을 내다보고 지어야 하는 시설이지만 우리의 근시안적 행정은 불과 30, 40년 후의 장서 규모도 예측하지 못했다. 장서 숫자가 계속 늘어나자 도서관 측은 하는 수 없이 열람실을 서고로 바꿨고, 책 무게 때문에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쇠기둥까지 만들어 세우는 소극(笑劇)을 연출했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도서관이 시민들의 도서 열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단지 무너져 가는 책 보관 장소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도서관 측이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점도 실망스럽다. 건물이 위험 판정을 받았는데도 도서관이 보관 중인 전체 장서의 3% 이내, 전년도 구입도서 숫자의 50% 이내에서만 장서를 폐기할 수 있다는 관련 법규를 지키느라 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니 얼마나 미련스러운 일인가. 건물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비상 상황이라면 도서관법 시행령에 적혀 있는 수치 따위를 세고 있을 때가 아니다. 상황은 긴박하다. 건물 곳곳에 균열이 생길 정도로 위험도가 높은 곳은 도서관을 임시 휴관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노후된 시설은 우리 도서관이 지닌 여러 문제점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나라에는 인구 11만5000명당 한 곳꼴로 공공도서관이 있으며 이 같은 인구대비 도서관 숫자는 부끄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도서관행정 부재 등 낙후된 공공도서관 현실을 타개하는 것은 우리 지식사회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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