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 청문회부터 이런 수준이라면

  • 입력 2002년 7월 29일 18시 16분


장상(張裳) 국무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어제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처음으로 실시되는 청문회라는 점에서, 또 사상 첫 여성총리의 탄생여부가 달렸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첫날만을 놓고 보면 기대 이하의 수준이다. 우리 정치현실에서 과연 인사청문회의 효과가 있는지를 의심케할 만큼 맥빠지고 무기력한 느낌이었다.

우선 의원들의 자세가 치열하지 못했다. 언론에 보도된 것 이외에 새로운 내용이 드물었고 이에 따라 반복질문만 무성했다. 장 총리지명자의 답변에서 모순을 지적해내는 후속 추궁도 거의 없었다. 준비가 철저하게 되지 않아 몇몇을 빼고는 나열식 질문으로 일관한 한나라당이나 노골적으로 장 총리서리를 감싸고돌아 청문회의 밀도를 스스로 낮춘 민주당이나 실망스럽기는 매 한가지였다. 한 여권의원은 ‘본인의 장점을 스스로 말해보라’고까지 했는데 이것이 무슨 청문회 질문인가.

장 총리지명자의 답변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많은 부분을 두루뭉술하게 넘겨버린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위장전입은 시어머니가 한 일이고 출신학교는 비서가 잘못 기재한 일이라는 등 ‘나는 안 했다’로 일관해 주변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은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과 관련해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는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직원들의 착오였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의 답변은 과연 그가 책임행정을 할 인물인지를 의심케 했다.

첫날 청문회는 장 총리지명자에 대해 제기된 여러 의혹과 관련해 불법이나 탈법이 있었는지, 문제 해명과정에서의 거짓말이 없었는지를 명확하게 가려내지 못했다. 국정수행의 자질과 능력을 따져보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큰 기대를 갖고 의미를 부여했던 첫 총리인사청문회의 모습치고는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의원들은 첫날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마지막날인 오늘 더 꼼꼼하게 따져야 할 것이며 장 총리지명자도 좀 더 책임 있고 정직한 답변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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