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차수/˝언론사 같은 중요하지 않은 곳…˝

  • 입력 2002년 7월 29일 18시 36분


“언론사 같은 중요하지 않은 곳에 (이력서가) 나갈 때는 관행처럼 그렇게 했습니다.”

장상(張裳) 국무총리 지명자는 2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학력 허위기재 의혹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이화여대 총장 시절, 언론사 등에서 요청하는 자료는 비서들이 알아서 작성해 보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이 장 지명자의 서명이 들어 있는 인명록용 프로필을 제시했지만 장 지명자는 “그 사인도 내가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지만 일부 언론사 인명록이나 이화여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프린스턴대(大)를 졸업한 것으로 잘못 기재된 것도 ‘관행에 의한 실수’였다고 말했다.

장 지명자의 답변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사람의 일이라면 슬그머니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총리 지명자로서의 답변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우선 언론을 보는 눈이다. 그는 언론사를 ‘중요하지 않은 곳’이라고 지목했다.

비판과 감시 기능을 하는 언론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꼭 필요하다는 얘기를 새삼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언론을 하찮은 것으로 인식하는 장 지명자가 총리로 임명될 경우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언론의 건전한 비판에 귀를 기울일지 궁금하다.

또 비서가 잘못된 학력 자료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최종 책임은 장 지명자 자신이 져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는 의원들의 거듭된 추궁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장 지명자는 주민등록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시어머니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 등은 장 지명자의 주민등록 이전 날짜를 도표로 만들어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주민등록을 옮긴 것은 사실이지만 투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장전입이 아니라고 완강히 버텼다.

장 지명자의 거듭된 ‘모르쇠’ 답변을 들으면서 그가 총리로 인준될 경우 과연 바르고 투명한 국정운영을 그에게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김차수기자 정치부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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