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다른 시각에서 본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

  • 입력 2002년 7월 30일 17시 21분


글을 만들고 있을려니 벌써 다른 컬럼작가님께서 올스타전 글을 쓰셨기에, 게다가 올스타전이 끝나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나 버렸기에... 쓰지 말까 망설이다가 다른 눈으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올스타전이라는, 제 나름대로 본 올스타전 관전기를 쓰기로 마음먹고 씁니다.

우연히 같은 연구실의 일본인 선배에게 올스타전 티켓을 받고 즐거워하면서 도쿄돔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며칠전의 신문에 올스타전의 티켓이 남는다는 등 그다지 밝지 않은 뉴스를 접했지만, 그래도 올스타전, 팬들을 위한 축제라는데 가서 즐겨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관전했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본 올스타전이라는 제목에서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제게는 즐거움이 떨어지는 올스타전이 되었습니다. 물론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물론 올스타전에서 박진감 넘치는 시합전개, 한 시즌을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잘 조율된 팀들의 싸움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스릴과 수읽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신 올스타전에서 뽑힌 선수들, 별중 별들이 모인 만큼 개인능력간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야구의 다른 맛, 아니 어쩌면 미국에서는 건맨들의 결투를, 일본에서는 전국시대 주장간의 단기결투를, 중국의 삼국지로 말하면 장비와 마초와의 싸움과도 같은, 야구의 다른 묘미를 즐길 수 있다는 면에서 기대를 했습니다만, 생각외로 그러한 긴장감이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제 편견 탓이겠지만…

어쩌면, 이가와와 미츠이의 선발카드에서 그러한 저의 긴장감은 풀려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이가와, 솔직히 올스타전 2일전에 이미 한번 등판을 했던지라 선발로 쓰지 않기를 바랬지만, 팬투표 1위라는 것이 할 수 없더군요. 나와서 던졌으며, 제 걱정대로 '삼진 아티스트'로서의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타자들이 반응을 잘 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그동안 접했던, 그러한 위력있는 이가와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당대 최고의 왼손답게 잘 헤쳐나갔지만 3회에 3연속 안타로 1점을 내줍니다. 미츠이는 무난했고요. 그에게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을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왜 그가 올해 잘 나가고 있는 세이부의 선발축을 맡고 있는 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기대했던 오릭스의 야마구치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약간 실망했습니다. 왜 마음이 차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해답은 의외로 쉽게 나오더군요. 그 바로 직전에 던졌던 요코하마의 미우라 다이스케의 인상이 너무 깊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번에 미우라를 보고 놀랐습니다. 제 머리속에 있던 미우라는 140대 초반의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지지리도 운이 없는 요코하마의 에이스였습니다. 하지만 12일날 보여준 그의 모습은 마치 이렇게 외치고 있었던 것 처럼 보였습니다. "봤느냐? 나도 이렇게 던질수 있다."

145~7까지 나오는 그의 직구가 152를 찍었던 야마구치의 직구보다 더 위력있어 보였던 것은 제 눈의 착각이었기를 바랍니다. (다음날 벌어진 2차전에서 우에하라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다음에 나온 이가라시는, 역시 모든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멋진 승부를 보여줍니다. 특히 압권은 나카무라 노리히로와의 승부, 오직 직구 하나로 밀어버리더군요. 결국은 헛스윙 삼진… 야마구치는 오늘 이 두 투수를 본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152의 빨랫줄 직구보다는 147의 힘있는 직구가 더 무섭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5회 끝난 시점에 올해 명예의 전당 헌액자 발표 및 축하회가 벌어졌습니다. 일본야구가 요즘 아무리 메이저 리그에 밀려 그 빛이 바래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죽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시대를 만들어 나갔던 예전의 선수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의외였던 것은 이러한 행사가 지금까지 올스타전에는 없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긴 작년에도 본 기억이 없군요.

개인적으로 또 인상에 남았던 것은 바로 요시다 슈지의 등장이었습니다. 나시다 감독은 그래도 멋쟁이라는 인상을 받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긴테츠의 의외의 쾌진격 속에는 사실은 나시다 감독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요시다 슈지. 다이에의 왼손전문 원포인트. 다이에의 자랑인 중간계투진(올해는 그 명성에 약간 흠이 가고 있지만)의 상징중 하나이지만 원포인트라는 것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못받은 노장. 그리고 나시다 감독은 센트럴의 3번 타카하시 요시노부, 4번 마츠이 히데키의 왼손 중심타자들을 상대로 요시다 슈지를 내세워준 것이었습니다. 퍼시픽 리그에서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팀의 실점위기에 상대팀 왼손 강타자를 상대로 항상 피말리는 결투를 벌여야 했던 노장에게 그에 걸맞는 무대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솔직히 의외였고, 나시다 감독이 이기기 위한 자세를 보이는 구나라고도 받아들이는 한편, 어쩌면 이것은 요시다 슈지에 대한 경의의 표시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요시다가 두 선수를 처리하고 들어가는 순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올스타전 보면서 지은 몇 번 안되는 웃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시합 종료. 4:1 센트럴 승리. 최우수선수는 아리아스. 클린업을 요미우리 체제로 짜고 들어갔음에도 정작 시합은 한신세에 의해서 이긴 시합인지라 '어찌 박자가 안맞네?'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뭐 단판승부의 묘미일까라고 툭툭 털면서 옆에 앉았던 한신팬인 후배에게 축하인사를 건내면서 시상식을 바라보았습니다.

시합뒤 근처의 식당으로 가볍게 한잔하러 가는 길에 조금 안쓰러운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니폰햄 파이터즈의 이전에 항의하는 소수의 파이터즈의 팬들의 서명운동이었습니다. 하긴... 떠나는 팀을 보내기 힘든, 그 아쉬움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니폰햄 파이터즈라는 지지리도 주목 못받고 있는 팀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떠나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그나마 그들을 지지해 주었던 팬들을 버리고 가야하는 현실도 함께 하는 것이겠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게다가 올해는 월드컵으로 인한 변칙 일정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더욱 그러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야구에 의한, 야구를 위한 축제라면, 좀 더 친숙하면서도 볼 거리가 많은 축제를 준비했으면 어떨까라는 아쉬움을 느끼는 올스타전이었습니다. 적어도 홈런 경쟁 상금을 5만엔에, 그것도 시합 전 30분전에 막간극 취급을 해버리는 것은 좀 생각을 다시 했으면 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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