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증시에서는 주가가 언제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를 수 있을지 ‘큰 추세 전환’의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9일 미국 증시와 30일 한국 증시가 비교적 큰 폭으로 반등한 것도 논쟁의 한 계기가 됐다. 한국의 주가가 펀더멘털에 비해 너무 하락했으며 이제 바닥을 치고 오름세를 탈 때가 가까워졌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온다.
몇몇 전문가들은 최근 상황을 지난해 9월 대세 상승 초기와 비교하며 ‘모두가 비관에 빠질 때가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제시하고 있다.
▽바닥의 징후〓한국 증시의 바닥이었으며 대세 상승의 출발점이었던 지난해 미국 9·11 테러 직후와 최근 증시 상황을 비교하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지난해와 올해 모두 펀더멘털에 비해 주가를 지나치게 떨어뜨린 큰 외부 충격이 있었다는 점. 지난해 9월에는 미국 9·11 테러가, 최근에는 미국 기업회계에 관한 신뢰 문제가 있었다.
두 가지 모두 당장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펀더멘털 요인이라기보다는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심리적 요인에 가깝다는 지적. 이런 외부 충격은 주가를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 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런 비정상적인 주가 하락은 증시에서 바닥을 만드는 계기가 된 적이 많다.
투자심리가 최악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지난해 9월 한국 증시에서는 종합주가지수가 300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최근 한국 증시도 최악은 아니더라도 투자심리가 올해 들어 가장 나쁜 상황이라는 평가다.
▽언제 반등할지는 미지수〓그러나 ‘언제부터 추세가 전환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점성술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한국 증시의 대세 상승에는 외국인투자자의 흔들리지 않는 매수 공세가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아직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투자자의 본격적인 매수가 시작돼야 바닥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때가 언제일지는 외국인 순매수가 한창 진행된 이후에야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언제가 바닥이다’라는 예언보다는 주가 바닥의 징후가 있음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시장의 단기 바닥은 어떤 긍정적인 신호나 시장심리의 낙관적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나타난다”며 “최근 주가 하락을 부추긴 미국 자본시장의 추악한 모습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시점이 최근 증시의 바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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