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우즈-니클로스 ‘황제’ 자존심 지켰다

  • 입력 2002년 7월 30일 17시 49분


타이거 우즈(아래)가 11번홀 그린에서 자신의 어릴 적 우상이었던 적 니클로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신중하게 퍼팅라인을 읽고 있다. /팜데저트로이터뉴시스
타이거 우즈(아래)가 11번홀 그린에서 자신의 어릴 적 우상이었던 적 니클로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신중하게 퍼팅라인을 읽고 있다. /팜데저트로이터뉴시스
‘신구(新舊) 골프황제’는 역시 강했다.

메이저 4연승의 신화를 이룬 타이거 우즈(26)와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18차례나 따낸 ‘황금곰’ 잭 니클로스(62·이상 미국).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다는 이들이 힘을 합쳤으니 승리는 오히려 당연해 보였다. 우즈는 연로한 대선배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듯 앞장을 섰고 니클로스는 전성기를 연상하게 하는 멋진 묘기로 팬들을 흥분시켰다.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빅혼GC(파72)에서 베스트볼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치러진 이벤트 골프대회인 ‘빅혼의 결투 4편’. 우즈-니클로스조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리 트레비노(63·미국)를 2홀 남기고 3홀차로 꺾고 ‘황제’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로써 우즈는 2000년 ‘빅혼의 결투 2편’에서 가르시아에게 당한 패배를 말끔히 설욕하며 올 브리티시오픈에서 메이저 3연승에 실패한 충격에서도 벗어났다. 니클로스 역시 72년 브리티시오픈에서 트레비노에게 패하는 바람에 좌절된 ‘그랜드슬램’의 기억을 후련하게 털어 냈다.

우즈와 니클로스는 120만달러의 우승 상금을 사이좋게 나눠가졌고 가르시아와 트레비노는 각각 25만달러씩을 챙겼다.

네 명이 각자 플레이를 해 홀마다 성적이 좋은 선수의 스코어를 팀 성적으로 하는 이날 승부에서 특히 우즈는 16번홀까지 무려 9개의 버디를 낚으며 천재성을 떨쳤다. 니클로스는 2개의 버디를 잡았고 트레비노는 버디 3개를 기록했다.

1, 2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2홀차로 앞서며 기세를 올린 우즈-니클로스조는 4, 5, 6번홀을 잇달아 내주며 오히려 1홀차로 뒤졌다. 하지만 우즈가 3온에 이어 1.6m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7번홀(파5)부터 10번홀까지 네 홀을 내리 따내며 3홀차까지 달아나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우즈의 원맨쇼에 팔짱을 끼고 있던 니클로스는 9번홀(파4)에서 과거의 명성에 걸맞은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7번 아이언으로 한 세컨드샷을 그대로 깃대에 맞힌 뒤 컵에서 불과 30㎝ 떨어진 곳에 떨어뜨려 ‘OK 버디’로 받은 것. 우즈는 “니클로스의 그 샷이야말로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빅혼 매치플레이표
12345678
우즈-니클로스W(1UP)W(2UP)T(2UP)   W(AS)W(1UP)
가르시아-트레비노   W(1DN)W(AS)W(1UP)  
910111213141516
우즈-니클로스W(2UP)W(3UP) T(2UP)W(3UP)T(3UP)T(3UP)T(3&2)
가르시아-트레비노  W(2DN)     
W승리, T비김, AS홀차가 같음. *UP=*홀 앞섬, *DN=*홀 뒤짐, 3&2=2홀 남기고 3홀차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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