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아파트 신축은 활발한데 거래는 “뚝”

  • 입력 2002년 7월 31일 17시 52분



【부동산시장은 호황인가, 불황인가. 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엇갈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땅값 상승률이 91년 이후 사상 최고치였고 서울지역 집값 상승률이 전세금 상승률을 앞지르는 면에서는 호황국면을 이어가는 듯하다. 반면 한편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침체 국면의 특징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시작됐다”와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활황국면 이어진다〓건설교통부가 31일 발표한 ‘전국의 지가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땅값은 3.04% 올랐다. 91년 하반기(4.1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주택건설도 활기를 띠어 상반기에 31만1547가구가 건설돼 95년 상반기(31만8628가구) 이후 가장 많았다.

▼관련기사▼

- 미국도 ‘집값 거품’ 논란

집값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월간 부동산정보지 ‘부동산뱅크’가 15∼18일 전국 1만343개 아파트 단지를 조사한 결과 서울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평당 804만9000원으로 지난해 말(694만5000원)보다 15.9% 상승했다. 전세금은 평당 471만9000원으로 역시 13.4% 올랐다. 매매가 상승률이 전세금을 앞지른 것은 97년 이후 처음이다.

서종욱(徐綜郁) 대우건설 상무는 이런 지표들을 근거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활황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경기가 침체 국면이어서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회복은 더뎌지게 되고, 이에 따라 산업자금 수요가 줄면 시중 유동자금은 부동산시장으로 계속 흘러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상영(李常英) 부동산114 사장도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좋기 때문에 주택이나 토지시장이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수요초과 상태인 서울 강남지역을 제외하고는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집값 급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침체국면 시작됐다〓반면 전형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98년 10만2701가구에서 올 4월 1만7324가구로 꾸준히 줄었던 미분양아파트는 5월 1만8756가구, 6월 2만1900가구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어 서울의 월평균 아파트 거래량은 1·4분기(1∼3월) 2만1796건에서 4, 5월에는 1만8112건으로 감소했다.

이춘희(李春熙) 건교부 주택도시국장은 “현재는 부동산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기 직전의 전형적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가격이 호가를 중심으로 오르지만 거래량은 줄고, 거품 논란이 제기되면서 경계심리가 확산되다가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다는 것.

김선덕(金善德)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대체로 2·4분기(4∼6월)에 거래량이 늘어나는데 올해는 다르다”며 “조만간 가격이 보합선에 머물면서 거래량이 줄어드는 불황 초기국면으로 진입할해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철(高鐵) 국토연구원 토지주택연구실장과 김현아(金炫我)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등도“땅이나 집값에 거품이 많아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서울 일부지역을 제외하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