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이번 국회 표결 결과 민주당에서도 부(否)표가 상당수 나온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김 대통령이 향후 국정운영에서 과거와 같은 민주당의 협조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탈(脫) DJ’ 움직임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이번 부결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청문회 과정에서 장 지명자는 첫 여성 총리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했다. 아들의 한국국적 포기와 주민등록 등재 문제, 출신 대학원의 표기 문제, 아파트 불법 개조 논란 등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정적 면모를 드러냈다. 특히 여러 의혹에 대해 줄곧 책임전가와 말 바꾸기, 자기 변명으로 일관하는 듯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국민을 실망시켰다.
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가 발생한 근본 책임은 임명권자인 김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애초 장 지명자를 총리서리로 임명한 것은 여성 총리라는 ‘상표’를 활용해 야당이 다수 의석인 국회의 임명동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고 한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란 상징성에서도 여성 총리에게 적잖은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정의 제2인자라고 할 총리는 성(性)보다는 당사자의 도덕성과 자질, 국정 운영 능력 등이 우선되어야 마땅하다.
이제 김 대통령은 정부조직법에 따라 경제부총리에게 총리 직무를 대행케 하고 새로운 총리 후보를 서둘러 물색해야 한다. 새 총리 후보의 경우 복수를 인선해 사전검증을 철저히 하고 야당측에도 의견을 구하는 방법 등으로 인사 파행이 재현되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 헌법에도 없는 총리서리 임명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는 없어야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도 임기말 총리 인선의 어려움을 감안해 청와대의 인선과정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능동적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임명동의안 부결을 둘러싼 ‘네탓 공방’ 등 정쟁(政爭)이 아니라 국정 혼란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하루빨리 덜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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