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학술원 우수도서 특정출판사 책 많아

  • 입력 2002년 8월 1일 18시 53분


우수학술도서, 연구지원대상 선정 등 기초학문 지원대상 심사과정에서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시내 서점의 학술도서 코너. 동아일보 자료사진

우수학술도서, 연구지원대상 선정 등 기초학문 지원대상 심사과정에서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시내 서점의 학술도서 코너. 동아일보 자료사진

대한민국학술원(회장 이호왕)이 최근 발표한 기초학문분야 우수학술도서 선정의 공정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7월25일 학술원은 1999년 1월1일부터 2001년 12월31일까지 출간된 국내도서 중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 373종을 우수학술도서로 선정 발표했다. 학술도서 지원사업 중 하나인 이 사업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예산 48억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것. 선정 도서는 학술원측이 1종당 1000∼2000만원 어치씩 구입해 각 도서관에 배포한다. 판매부수가 1000부를 넘기 어려운 학술도서의 현실에 비추어 엄청난 혜택인 셈이다.

나름대로 의의가 있는 사업이지만 시행 첫해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특정대학 출판부가 ‘독식’하고, 심사위원이 간여하고 있는 특정 출판사의 도서가 대거 선정된데다 재 출간된 책이 포함돼 있는 등 뜻있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저희 출판사에서 낸 학술도서 중 정말 학술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책은 탈락하고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책이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선정된 책의 저자들을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대부분 특정 대학 출신이었습니다.”

10종 가까이 책이 선정된 한 출판사 대표의 말이다. 물론 학자인 심사위원들과 출판사의 판단은 다를 수 있지만 논란의 여지는 여러 군데서 발견된다. S 대학출판부의 책이 28종이나 선정됐고 심사위원과 깊은 관계에 있는 출판사의 책이 14종 선정되기도 했다. 선정 도서 중에는 ‘순자’(을유문화사), ‘세계사적 성찰’(신서원) 등 번역된 지 이미 여러 해 된 책을 다시 출간한 것들도 있고 박사학위논문을 판형만 바꿔서 낸 책들도 여러 권 포함됐다. 각 분야 전문가들인 심사위원들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는 없다.

이에 대해 학술원측은 “예비심사와 두 차례에 걸친 본심사 및 총괄위원회의 최종심사를 거쳤고 특히 2차 본심사에서는 도서를 해당분야 심사위원들의 집으로 우송해서 깊이 있게 심사하도록 했다”며 심사의 공정성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김태길 학술원 부회장도 “심사의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했다”며 “결과를 보고 불만을 가진 사람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고의로 특정 출판사나 저자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학술원 회원의 저서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해당 도서의 저자가 아닌 학자들만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학술원측에서도 나름대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있다.

그러나 전문학술서 3000여 종을 3개월만에 심사하는 과정에서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심사위원은 79명이지만 가장 중요한 2차 본심사의 심사위원은 각 분야당 2∼3명이었고, 심지어는 한 사람이 심사를 맡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심사위원의 개인적인 ‘판단’과 저자와의 ‘친소관계’가 크게 작용했을 소지가 있다.

문화관광부도 8일 우수학술도서를 선정해 발표하고 학술진흥재단은 8월중에 기초학문육성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학자들은 기초학문의 기반 육성을 위해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사업에 대해 투명한 심사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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