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럽서 범죄표적

  • 입력 2002년 8월 1일 19시 15분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에펠탑 관광을 마치고 차도를 건너던 한국인 여대생 2명이 오토바이를 이용한 노상 털이범에게 여권과 여비를 몽땅 빼앗긴 사건이 있었다. 두 사람의 여권과 여비 2000유로(약 230만원)를 한 핸드백에 넣고 다닌 것이 화근이었다.

▼“현금 많다” 소문 퍼져▼

도난 신고차 경찰서를 찾은 이들 배낭여행객 앞에는 이미 7, 8명의 한국인과 일본인 등 동양계 여행객들이 유사한 피해신고를 하기 위해 줄서 있었다.

사상 최고의 여행수지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인의 해외 여행이 늘면서 범죄에 노출되는 유럽 여행객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프랑스를 다녀가는 여행객은 어학 연수생을 포함해 20만명가량 될 것이라는 게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의 추산. 지금 추세라면 이 가운데 1%인 2000명가량이 범죄 피해를 볼 우려가 높다고 대사관 관계자는 말했다.

특히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한국인 여행객은 프랑스 털이범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발 비행기의 착륙 시간에 맞춰 ‘한국인 전문 털이범’들이 출몰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요즘 같은 프랑스의 여름 세일철에는 명품을 쇼핑하고 나오자마자 쇼핑백째 털렸다는 신고가 여러 건 대사관에 접수되고 있다.

9·11테러 이후 미국 입국이 까다로워지자 영국 등 유럽으로 발길을 돌리는 어학 연수생이 증가하면서 연수생 피해도 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어학 연수생은 각각 1만5000명과 2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와 올해 프랑스와 영국 어학연수생이 살해되는 등 강력범죄에다 일반 강 절도 피해 신고도 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영국 어학연수생 P씨가 파리에 여행 왔다 지하철에서 여권과 여비, 각종 신용카드가 든 가방을 통째로 소매치기당하기도 했다.

▼올 2000여명 피해 우려▼

여권 도난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 여권은 아시아계 난민들이 위조 여권을 만드는 데 유용하기 때문에 장물 시장에서 미화 2000달러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프랑스를 방문한 한국인의 여권 분실은 99년 300건이던 것이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500건을 넘을 것으로 대사관은 전망하고 있다. 주복룡(朱福龍) 영사는 “프랑스에서 피해를 본 한국인 여행객 중에는 힘이 약한 여성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프랑스 경찰에 신고해서 도난품을 되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사전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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