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게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결혼과 함께 성이 바뀌기 때문에 큰 불편을 겪는다. 전문직 여성들은 호적상에는 남편 성을 따르되 일할 때는 원래의 자기 성을 이른바 ‘통칭(通稱)’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더 불편한 것은 이혼한 여성. 결혼때 남편 성으로 바꿨다가 이혼하면 원래 성으로 되돌아간다. 주변에선 이름만 봐도 이혼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별성제 도입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도 6년전부터 법제화를 추진중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반대론도 뿌리깊다. 반대론자들은 부부가 성이 다르면 가족의 유대가 약해지고 이혼이 늘어나 가정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여자가 남편성을 따르지 않으면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의 전통적인 역할을 소홀히 할 것으로 우려한다. 지난해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별성제 찬성은 남자 40.9%, 여자 43.2%에 불과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논쟁은 여당인 자민당의 여성의원 두명이 각각 찬성파와 반대파를 이끌고 있어 ‘여성끼리의 싸움’이 돼버렸다. 더 특이한 것은 별성제 도입을 찬성하는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의원은 기혼자, 반대파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의원은 독신이라는 점. 둘 다 41세 동갑으로 라이벌 의식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노다 의원이 얼마전 당초 법안에서 크게 후퇴해 부부별성을 원할 경우 결혼전 가정재판소허가를 받도록 하는 ‘양보안’를 제시하자 다카이치 의원은 “반대파를 설득하려는 돌파구”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130여년전인 메이지(明治)유신때 ‘이에(家·집 또는 가족을 의미)’의 연대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도입했던 부부동성(同姓)제. 여성의 불편함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가족 붕괴’를 우려하는 반대론도 강해 이 제도는 그리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이영이 도쿄특파원 yes202@donga.com